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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웃고 ‘섬유’는 울었다… 경기도 제조업의 잔인한 ‘두 얼굴’

화성·평택 ‘첨단 러시’에 일자리 급증 vs 안산·부천 ‘전통의 쇠락’에 고용 한파화성·평택 ‘첨단 러시’에 일자리 급증 vs 안산·부천 ‘전통의 쇠락’에 고용 한파

‘반도체’는 웃고 ‘섬유’는 울었다… 경기도 제조업의 잔인한 ‘두 얼굴’ - 산업종합저널 동향

한때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경기도 내 전통 제조업 도시들이 침묵에 잠기고 있다. 안산과 부천, 양주 등 1980~90년대 성장을 주도했던 공단 지역의 식당가는 점심시간에도 빈자리가 늘었고, 거리의 활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반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화성과 평택은 몰려드는 인력과 물자로 쉴 새 없이 돌아간다. 같은 경기도 하늘 아래서 제조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산업구조 전환기 경기도 제조업 고용변화와 정책방안’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했다. 경기도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22년까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2023년 3.2% 감소한 데 이어 2024년에도 4.1% 줄어들며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화성·평택 ‘첨단 러시’ vs 안산·부천 ‘전통의 쇠락’
감소세의 직격탄은 전통 제조업 거점 도시들이 맞았다. 안산시는 2020년 5,151명이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일자리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와 금형 등 뿌리 산업이 밀집한 부천과 양주 역시 고용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첨단 산업의 수혜를 입은 지역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형성된 화성시는 일자리가 1만 2,291명 증가했고, 평택시 역시 4,566명이 늘어나며 경기도 제조업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 첨단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에 성공했느냐가 도시의 생존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된 셈이다.

섬유·가구 등 뿌리산업 비중 급감… ‘생태계 붕괴’ 경고등
수치가 가리키는 더 큰 문제는 산업 생태계의 붕괴다. 안산과 부천 등이 주력해 온 섬유, 가구, 가죽·신발 등 전통 제조업은 디지털 전환 지연과 고부가가치화 실패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내 섬유제품 제조업 비중은 2021년 3.2%에서 2025년 2.4%로 축소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가구 제조업은 2.8%에서 2.6%로, 가죽 및 신발 제조업은 0.6%에서 0.4%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해외 저가 제품 공세 속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닫으면서, 현장에는 고령화된 숙련공과 외국인 인력만 남는 ‘인력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는 웃고 ‘섬유’는 울었다… 경기도 제조업의 잔인한 ‘두 얼굴’ - 산업종합저널 동향

“단순 설비 교체로는 한계… 인력 중심 구조 개편 시급”
경기연구원은 단순히 공장 설비를 교체하는 수준의 지원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통 제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산업 체계 자체를 개편하고,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적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을 중심에 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청년층의 진입을 유도하는 교육-고용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숙련 인력의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퇴직 후 재배치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술 혁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무너지는 생태계를 지탱할 인력”이라며 “화성과 평택의 성장에 가려진 안산과 부천의 위기를 방치한다면 경기도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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