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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톺아보기] "단톡방 이웃이 공범이 되기까지"… ‘욕망의 카르텔’을 향한 선전포고

하남 집값 담합이 쏘아 올린 공, "이웃사촌은 옛말, 감시와 신고의 대상일 뿐"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린다. ‘카톡’.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들어졌다던 아파트 입주민 단톡방에 지령이 떨어진다. “00억 원 이하로는 매물 내놓지 마세요.” “저 부동산은 우리 아파트 가치를 떨어뜨리니 이용 금지입니다.”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웃으며 인사했던 이웃은, 오늘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시세 조작의 전사’가 되었다. 그들은 집값을 방어한다는 명분 아래 집단 민원을 넣고, 허위 매물 신고를 인증하며, 말을 듣지 않는 공인중개사에게 협박 문자를 날렸다. ‘자산 증식’이라는 욕망 앞에서, 타인의 영업권이나 시장의 질서는 거추장스러운 장식품에 불과했다.

[산업 톺아보기] "단톡방 이웃이 공범이 되기까지"… ‘욕망의 카르텔’을 향한 선전포고 - 산업종합저널 동향
생성형 AI 이미지(기획=안선기)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꺼내 든 ‘부동산 범죄와의 전면전’ 카드는 이 기형적인 세태를 향한 서늘한 경고장이다. 경기도는 최근 하남시 등지에서 적발된 집값 담합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당초 방장 등 주동자 4명만 검찰에 넘기려던 계획을 뒤집고, “지시에 따라 움직인 단순 가담자까지 전원 수사하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단순한 행정 처분이 아니다. 익명성 뒤에 숨어 조리돌림과 담합을 일삼던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법적 단죄다. ‘나 하나쯤이야’, ‘다들 하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동참했던 그 클릭 한 번이, 이제는 범죄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섬뜩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수사의 칼끝은 교묘해진 ‘작전’을 겨냥한다. 시세 대비 10% 이상 비싸게 신고해 호가만 띄워놓고 슬그머니 계약을 해제하는 ‘실거래가 띄우기’. 이 뻔뻔한 연극을 막기 위해 시·군 합동 특별조사반이 투입된다. 거래 내역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자금 조달 계획까지 검증하겠다는 것은,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 세력의 손발을 묶겠다는 의지다.

더욱 뼈아픈 것은 ‘신뢰의 붕괴’다. 경기도는 최대 5억 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담합 지시 문자나 녹취록 같은 결정적 증거를 들고 오는 공익 신고자에게 거액을 지급한다. 어제의 공모자가 오늘의 내부 고발자가 될 수 있는 구조다. 이제 그 견고해 보이던 단톡방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집은 사는(Live) 곳인가, 사는(Buy) 것인가. 이 오래된 질문 앞에 우리 사회는 너무나 쉽게 후자를 택해왔다. 그 결과가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조리돌림과 담합이라는 괴물이다. 내 집 값이 떨어질까 봐 불법을 공모하고, 이웃을 감시하는 사회. 이것을 과연 정상이라 부를 수 있는가.

경기도의 이번 선전포고는 단순히 범법자를 잡겠다는 행정 행위를 넘어선다. 부동산이 ‘계급장’이 되고, 담합이 ‘스마트한 재테크’로 포장되는 비정상의 고리를 끊겠다는 신호탄이다.

욕망의 카르텔이 쌓아 올린 모래성은 파도 한 번에 무너진다. 지금 경기도가 그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단톡방의 알림을 끄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이웃인가, 공범인가.

※ 이 기사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근 선포한 '부동산 범죄와의 전면전' 및 세부 대책 내용을 토대로, 본지의 시각을 담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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