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산업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제품 설계, 품질 관리, 공급망 운영까지 제조 공정 전반에서 AI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 중심의 제조혁신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AI 기술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생성 설계 기술은 무게, 비용, 내구성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자체적으로 수십 개의 설계안을 생성해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는 제품 개발 초기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산 현장에서는 AI 기반의 제조 실행 시스템과 로봇, IoT 센서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자율 운영되는 생산라인 구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 생산 환경은 불량률 감소와 생산 속도 개선은 물론, 공정 간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디지털 트윈 기술은 물리적 공장의 가상 복제본을 통해 생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실제 설비를 중단하지 않고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험해볼 수 있어 위험 최소화와 의사결정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품질 관리 부문에서는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기반의 검사 시스템이 도입되며 정밀한 결함 탐지와 제로 결함 생산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수작업 중심의 검사를 대체한 AI 기반 시스템은 신속하고 일관된 검사를 가능하게 하며, 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하고 분석해 사전 대응 체계도 구축할 수 있다.
이처럼 AI 기술이 제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대자동차, 삼성중공업, GS칼텍스 등 대기업이 참여하는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 특화 AI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까지 총 100억 원이 투입되며, 총 26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G3 달성’을 목표로 한 국가 전략을 통해 산업계 AI 도입률을 2030년까지 70%로 끌어올리고, 공공 부문은 9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금융 이니셔티브도 마련했다. 보험, 대출,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기업의 AI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4년 기준 28%에 불과한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을 2027년까지 50%로 확대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동시에 글로벌 수준의 AI 유니콘 기업 5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AI 기술의 도입은 수치적으로도 명확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업 AI 시장은 2024년 53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46.5%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실시간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생산성과 효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은 반복 작업을 줄이고 인적 오류를 최소화하며, 공장 내 기계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원 활용도 극대화가 가능해졌다. 예측 유지보수 기술을 통해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불필요한 가동 중단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더해지면 에너지 소비도 체계적으로 줄일 수 있어 생산 비용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AI는 품질 개선 측면에서도 제조 현장에 실질적인 가치를 더하고 있다. 비전 검사 기술은 미세한 결함까지 정밀하게 감지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품질 향상에 반영할 수 있다. 생산 과정 중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품질 문제를 즉각 식별하고 대응하는 체계도 함께 구축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관리자들이 현장 상황을 수치로 파악하고,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제조 시나리오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의사결정의 리스크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기술 도입이 곧바로 완성된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체 제조 기업 가운데 57%는 아직도 AI 도입을 시범 운영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기술 구현, 데이터 관리, 윤리적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자동화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는 사회적 논의와 정책적 대응이 병행돼야 할 영역이다.
AI는 제조업에 적응력, 지속가능성,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시스템 안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면,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제조업 혁신의 결정적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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