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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위 ‘수학 머리’ 한국인, 취업만 하면 굳는다”…원인은 호봉제

KDI “한국, 수리력 세계 최상위권이나 20대 후반부터 급락”

한국 성인 근로자들의 수리(수학) 역량이 세계 6위로 최상위권이지만, 취업 이후인 20대 후반부터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만 하면 능력이 좋든 나쁘든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식 호봉제’가 우수한 인재들의 학습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근로자 인지역량의 감소 요인과 개선방안’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세계 6위 ‘수학 머리’ 한국인, 취업만 하면 굳는다”…원인은 호봉제 - 산업종합저널 전기
KDI 김민섭 연구위원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수리력 6위’ 우수 인재, 취업 후 ‘조기 노화’
이날 KDI 김민섭 연구위원은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데이터를 인용하며 “한국 성인의 수리력은 조사 대상국 중 6위를 기록할 만큼 기초 역량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문제는 하락 속도다. 우수한 기초 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근로자들은 20대 후반부터 역량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근로자들이 중년기까지 역량을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춘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뒤, 그 능력을 유지·발전시키지 못하고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적 차원의 인적 자본 낭비”라고 우려했다.

■ “일 잘해도, 공부해도 보상 없다”…기형적 임금 구조
KDI는 ‘똑똑한 한국인’의 머리를 굳게 만드는 주범으로 ‘임금 체계’를 지목했다. 한국은 역량이나 성과가 아닌, 오직 ‘근속 연수’가 임금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한국의 근속 연수 1년당 임금 증가율은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인지역량(수리·언어능력)이 높다고 해서 임금을 더 받는 비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힘들게 자기계발을 할 경제적 이유가 없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청소년기에는 좋은 대학이라는 확실한 보상이 있어 공부하지만, 직장인이 된 후에는 역량을 쌓아도 합리적인 보상이 없다”며 “이런 구조가 성인 학습 부진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 일본은 직무급제로 반전…“한국도 임금 체계 뜯어고쳐야”
연구진은 해법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강력히 권고했다.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가진 일본조차 2000년대 이후 직무와 역할 중심 보상을 강화하며 근로자 역량 유지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와 AI 시대에는 개개인의 생산성이 핵심”이라며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으로 개편하고,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학습할 시간을 주는 등 ‘공부하는 직장인’을 위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영 기자
cchby@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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