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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연료인가, 독약인가”… 경제계 “R&D 데이터 공개는 기술 강탈”

경제6단체, 국회에 입법 중단 건의서… “실험 과정 등 ‘맨살’ 드러내면 경쟁력 상실”

“혁신의 연료인가, 독약인가”… 경제계 “R&D 데이터 공개는 기술 강탈” - 산업종합저널 정책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며 ‘데이터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명제가 됐다. 하지만 개방의 칼끝이 기업의 정밀 기술과 노하우를 담은 연구개발(R&D) 원천 데이터까지 겨누면서 산업계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기업의 영업비밀을 사실상 헌납하라는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에 경제계는 “혁신의 연료가 독약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사활을 건 저지선을 구축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해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6단체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국가연구데이터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실험 과정까지 공개하라니”… 기업 80% “핵심 기밀 유출” 공포
입법 논란의 핵심은 데이터 공개 범위의 무제한성이다. 해당 법안은 정부 지원 비중이 50% 이상인 과제에 대해 연구 데이터를 통합 플랫폼에 의무 등록하도록 강제한다. 문제는 공개 대상이 최종 결과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험 과정, 관측 기록, 중간 분석 데이터 등 기술의 ‘맨살’이 드러나는 전 과정이 포함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독자적 레시피를 경쟁사와 해외에 고스란히 노출하는 셈이다.

대한상의가 국가 R&D 참여 기업 29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현장의 공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응답 기업의 79.6%는 “과제 수행 과정에 유출 시 치명적인 중요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우려되는 부작용으로는 영업비밀 노출(57.2%)과 기술의 해외 유출(38.9%)이 꼽혔다. 법적인 의무화 구조가 자칫 ‘합법적 기술 탈취’의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혁신의 연료인가, 독약인가”… 경제계 “R&D 데이터 공개는 기술 강탈” - 산업종합저널 정책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70% “국책 과제 등질 것”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예외 규정을 두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산업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첨단 기술의 특성상 사전에 기밀 범위를 일괄 규정하기 어렵고, 방대한 데이터 더미에서 비밀 정보만 발라내는 작업 자체가 행정적·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국가 사업 이탈’ 조짐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의 65.7%는 법안 통과 시 연구 참여를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며, 아예 사업을 철회하겠다는 기업도 존재했다. 응답 기업 10곳 중 7곳이 국가 R&D 생태계를 떠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민간 주도의 기술 혁신을 독려해야 할 입법이 오히려 기업의 의지를 꺾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역설적 상황이다.

글로벌 표준 거스르는 ‘나 홀로 규제’
해외 주요국의 흐름도 한국의 입법 방향과는 궤를 달리한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데이터 공개 대상을 주로 논문 등 학술 출판물로 한정한다. 상업적 활용이 목적인 과제는 비공개를 허용하거나 연구자의 자율적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전방위 데이터를 일률적으로 공개하라는 식의 입법 사례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데이터 축적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기업 R&D 데이터가 지닌 경쟁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을, 누구에게 공개할지에 대한 정교한 가이드라인 없는 입법은 규제가 아니라 ‘폭로’에 불과하다”며 지식 공유와 기술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허은철 기자 기자 프로필
허은철 기자
echheo@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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