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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일’ 걷어내고 ‘진짜 혁신’ 심는다… 산업 R&D, 관행 깨고 환골탈태

정부, 산업 R&D 혁신방안 확정… “서류 대신 사람, 공모 대신 현장”

‘가짜 일’ 걷어내고 ‘진짜 혁신’ 심는다… 산업 R&D, 관행 깨고 환골탈태 - 산업종합저널 FA

정부가 대한민국 산업기술 R&D의 묵은 관행을 타파하고 판을 새로 짠다. 그동안 연구 현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던 행정 편의주의적 과제 관리에서 벗어나, 연구자가 오롯이 기술 개발과 성과 창출이라는 ‘진짜 일’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산업 R&D 혁신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새 정책은 과거의 파편화된 과제 공모 방식에 종지부를 찍고, 지역과 현장, 그리고 사람을 중심으로 예산과 정책을 재편하는 데 방점을 뒀다.

혁신의 첫 단추는 ‘지역’이다.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획일적 지원 방식을 폐기하고, 각 지역이 보유한 주력 산업과 인재 생태계에 부합하는 맞춤형 전략을 가동한다. 총 2조 원이 투입되는 ‘5극 3특 성장엔진 육성’ 전략을 통해 반도체 남부벨트, 배터리 삼각벨트 등 첨단산업 거점을 R&D의 전초기지로 삼는다. 여기에 공공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을 잇는 ‘산연 공동연구실’ 30곳을 구축해 지역 내 기술 협력의 밀도를 높인다.

제조 현장의 디지털 전환도 가속페달을 밟는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제조 시스템 전체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재편하는 ‘M.AX(Make AI Transformation)’ 전략이 핵심이다. 2030년까지 500개의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자율운항 선박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임바디드 AI’ 분야를 선점해 제조 강국의 위상을 디지털 영토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현장과 AI, 반도체를 잇는 삼각 편대 구축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강화하기 위한 ‘앵커기업 모델’도 도입된다. 대기업이 협력사와 함께 R&D 생태계를 이끄는 방식으로, 특정 기업의 성과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낙수효과처럼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이는 2026년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대형 과제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장 연구자들의 손발을 묶었던 불필요한 행정 규제는 과감히 쳐낸다. R&D 기획 단계부터 규제 완화를 함께 검토하는 ‘규제프리 R&D’를 도입하고, 자체 정산 허용 및 소액 증빙 면제 확대를 추진한다. 연구자가 영수증 풀칠 같은 행정 업무(가짜 일)에서 해방되어 연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게 하려는 조치다.

무엇보다 정책의 시선은 ‘사람’을 향해 있다. 1조 원 규모의 사업화 펀드를 조성해 스타 엔지니어와 박사후 연구자 등 핵심 인재를 집중 육성하고, ‘공학인의 날’ 제정을 추진해 기술자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기로 했다. 기술 이전을 넘어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승부수가 현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박재영 기자 기자 프로필
박재영 기자
brian@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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