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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언제까지 중소기업이어야 합니까?”

'졸업'이라는 이름의 퇴출, "매출은 올랐지만, 지원은 끊겼다"

[기자수첩] “언제까지 중소기업이어야 합니까?” - 산업종합저널 정책
자동차 부품을 28년간 제조해온 한 기업인의 이 질문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닌 산업계 전반의 구조적 딜레마를 함축한다. 60여 명의 임직원과 연매출 1천520억 원. 과거엔 '중소기업의 성공 신화'로 불렸던 이 회사는 어느 순간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중견기업으로 재분류됐다.

중소기업 기준을 상회하자마자 그는 '중견기업'이라는 명목 하에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됐다. 세금 부담은 가중되고, 기술혁신 투자비용은 온전히 자체 부담이 됐다. 정부가 '햇빛 정책'으로 성장을 독려했지만, 그 현실은 보호막 없는 경쟁의 황무지였다.

최근 정부는 중소기업 매출 기준을 1천500억 원에서 1천800억 원으로 10년 만에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573만 개 기업이 재차 중소기업 혜택을 향유할 수 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환영할 만한 조치다. 그러나 회의적 시선을 던지는 기업들도 있다. 해당 기준을 소폭 초과한 기업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러야 한다. 지원이 끊기고, 대기업과 유사한 규제를 감당해야 하는 ‘정책 공백지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기준, 변화의 배경
정부의 상향 조치는 인플레이션과 생산원가 급등으로 인해 실질적 성장 없이도 단순 매출 증가만으로 중소기업 지위를 상실하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지원의 단절: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하면 조세 감면, 정부 R&D 지원금, 공공조달 우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중단된다. 중견기업으로 재분류되지만,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 환경에 노출되면서도 지원은 제한적인 양면성을 겪게 된다.

[기자수첩] “언제까지 중소기업이어야 합니까?” - 산업종합저널 정책

한국의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정책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중견기업에도 연구개발(R&D), 글로벌 마케팅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체계적 지원이 결여돼 있다.

성장의 사다리, 필요성의 본질
중소기업은 '현재는 규모가 제한적이나 미래에 도약할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단순 매출액 수치에 따라 '졸업'과 동시에 지원을 단절시킨다. 성장의 변곡점이 행정적 기준에만 귀결된다면, 기업들은 '혁신적 성장' 대신 '소극적 생존'에 안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소기업계의 70% 이상이 기준 상향을 촉구한 것은, 원자재·인건비 등 비용 급증에 따른 '실질적 성장' 없는 졸업의 모순을 지적한 결과다.

정부의 기준 완화는 분명 생존의 활로를 개척한다. 그러나 도약을 지향하는 기업에게는 여전히 '발판'이 부재하다. 중소기업으로 잔류하면 불이익은 없으나, 중견기업으로 진입하면 리스크가 급증하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그 간극을 메우는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다. 정책은 생존의 기제이나, 생존에만 함몰된 정책은 진정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김지운 기자 기자 프로필
김지운 기자
jwkim@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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