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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장과 현실 사이 "킨텍스가 잃어가는 것들…"

미래를 향한 투자, 현재를 지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

[기자수첩] 확장과 현실 사이 "킨텍스가 잃어가는 것들…"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국내 최대 전시 인프라인 킨텍스(KINTEX)가 제3전시장 건립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러나 외연 확장의 이면에 드러나는 운영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선 신뢰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현재의 기본 요건 사이에서, 킨텍스는 지금 균형점을 다시 찾아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지난 4월, 제3전시장 착공으로 기존 1전시장 주차장 1,568면이 폐쇄되며 현장은 큰 혼란에 직면했다. 관람객과 참가업체들은 주차 공간 확보에 평균 30분 이상을 소요하며, 특히 우천 시 안내체계의 미흡함은 불만을 가중시켰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전시회라는 복합 비즈니스 생태계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킨텍스와 고양시가 제시한 최대 6천400대 수용의 임시 주차방안은 나름의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접근성이나 도보 이동 거리, 주차 안내 체계 등 실질적 이용 편의를 고려할 때 이 대책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GTX-A 킨텍스역 개통으로 대중교통 이용 여건이 개선됐다고 하나, 189면 규모의 환승주차장만으로는 부족하며, 대형 장비 운반이 필수인 산업전시회 참가자 입장에서는 대중교통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

더욱 아쉬운 것은 주차 공간 폐쇄와 대안 마련의 순서다. 기존 인프라를 해체한 뒤에야 임시 주차장을 확보하는 방식은 이용자 중심의 사고와는 거리가 있다. 오는 9월 예정된 3B전시장 부지 공사까지 감안하면, 이 같은 접근은 향후 더 큰 운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기자수첩] 확장과 현실 사이 "킨텍스가 잃어가는 것들…"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

요금 체계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먼 거리의 임시 주차장을 이용하면서도 기존과 동일한 요금을 부과받는 것은 합리성과 형평성 모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장거리 이용자에 대한 요금 감면, 셔틀 연계 보상 등 구체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산업전시회는 단순한 관람 행사가 아니라 기업 간 연결을 매개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접근성과 물리적 편의성은 참가 결정에 직결되며, 주차문제로 인한 관람객과 업체의 이탈은 전시회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킨텍스의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불편을 단순한 과도기로만 볼 수 없다.

물론 제3전시장 건립은 미래를 향한 중장기 투자로서 필수적이다. 아시아 전시산업의 허브를 지향한다면 규모의 확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확장 과정에서 현재의 고객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과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최사, 참가업체, 운영기관 간의 긴밀한 소통이다. 사후적 공지가 아닌 사전 협의와 정보 공유를 통한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 단기적으로는 셔틀 운행 확대, 주차 안내 시스템 개선, 요금 차등제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주차타워 건립 등 지속가능한 인프라 보강도 병행되어야 한다.

킨텍스의 확장은 산업전시 플랫폼으로서의 도약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기본을 잃어선 안 된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과 현재를 지키는 일은 양립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고객 신뢰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전시산업의 신뢰는 오랜 시간 쌓이지만, 무너지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허은철 기자 기자 프로필
허은철 기자
echheo@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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