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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염 안전법과 쿠팡 파업 예고에 드러난 노동 현실

체감온도 33도 ‘법적 의무’에도 쉴 틈 없는 물류센터… 제도와 현장의 간극 여전

[기자수첩] 폭염 안전법과 쿠팡 파업 예고에 드러난 노동 현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산업안전보건기준이 바뀌었다. 이달 17일부터는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2시간마다 20분 휴식’이 법으로 명시됐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안전 5대 수칙’을 발표하며 강제성까지 강조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제도가 마련돼도 그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까지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오는 8월 1일과 15일 대규모 파업을 예고하며,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 보장’, ‘모든 작업구역에 냉방시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현재의 대응이 형식적이라고 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2시간 이상 연속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주어진 휴식도 대부분 10~15분에 그친다. 일부 공간에만 설치된 에어컨으로는 온열질환 위험을 막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온도·습도 정기 측정, 휴게시간 운영, 냉방장치와 보냉용품 제공 등 자체적인 대응책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조는 “현장 체감은 여전히 미미하다”고 반박하며, “온도계를 시원한 장소에 배치해 폭염 기준을 피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특정 기업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기준의 개정이 시행 초기부터 “강제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제도가 현장의 작동 원리와 맞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법은 정해졌지만, 그것이 곧바로 ‘현장 변화’를 보장하지 않는다.

[기자수첩] 폭염 안전법과 쿠팡 파업 예고에 드러난 노동 현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쿠팡물류센터지회는 1천600여 명이 참여한 서명운동과 함께, 시민들에게 8월 14일을 ‘로켓배송 없는 날’로 제안했다. 이들은 단지 임시 휴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은,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직접 행동으로 읽힌다.

정부는 “폭염은 피할 수 없지만, 노사가 함께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폭염 속에서도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법과 현실, 규칙과 작업대 사이에 놓인 거리. 그 간극을 메우지 않는 한, 온열질환은 단순한 기상이변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제도 개선의 진정한 의미는 책상 위의 문구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체감으로 증명된다. 법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실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다.
김지운 기자 기자 프로필
김지운 기자
jwkim@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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