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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새벽배송의 ‘편리함’이 결제한 골목상권의 ‘사형선고’

플랫폼 독점 막으려 재벌 유통 규제 푼다?… 소상공인들 “말라가는 모세혈관 직시하라”

[데스크칼럼] 새벽배송의 ‘편리함’이 결제한 골목상권의 ‘사형선고’ - 산업종합저널 동향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기자회견은 유통의 편리함을 명분으로 규제의 방파제를 허무는 시도에 대한 공포의 통지서와 같았다. 전국 46개 지역 조합 이사장들과 10만 명의 중소유통 종사자를 대표해 나선 연합회가 내건 골목상권 사형선고나 모세혈관 괴사 같은 표현은 언뜻 과격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유통산업발전법을 손질해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한 시점에서 해당 성명서는 비명에 가까운 현실 보고서로 읽힌다.

현재 매체와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한쪽은 쿠팡은 되는데 대형마트는 왜 안 되느냐는 규제 형평성의 언어를 앞세운다. 2012년 도입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이 온라인 중심 경쟁 환경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는 진단이다. 해당 프레임은 유통시장을 플랫폼 대 대형마트의 링 위로 올려놓고 게임의 룰을 맞추자는 데 초점을 둔다. 다른 한쪽은 소상공인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강조한다. 새벽배송의 전면 허용이 골목상권 고객 이탈을 넘어 심야 노동의 확산과 과로의 구조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합회 성명서가 날카로운 지점은 싸움의 상대를 플랫폼과 재벌 유통으로 동시에 겨눈다는 사실이다. 특정 플랫폼의 독점 남용을 막으려면 플랫폼을 직접 규제해야지, 왜 재벌기업에 특혜를 주느냐는 송홍철 권역회장의 발언은 정치권의 논리적 약점을 정면으로 찌른다. 연합회 측은 쿠팡의 75% 국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약 1,628억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사례를 언급하며, 플랫폼 권력을 제어해야 할 에너지가 엉뚱하게 대형마트 규제 완화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플랫폼 독점을 견제한다며 대형마트 규제를 푸는 순간 논쟁의 중심은 공정경쟁에서 새벽까지 달리는 물류로 옮겨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동네 가게로 떨어진다는 논리다.

소비자 반응은 숫자로 단정하기 어렵다. 새벽배송의 편리함을 경험한 이들은 이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동시에 편리함의 가격표가 누군가의 과로와 지역 경제 하부 구조의 붕괴라면 마음이 흔들린다. 그래서 여론은 단순히 허용과 금지의 이분법을 넘어 누가 이 사회적 비용을 책임질 것인가로 흐른다. 입법예고안이 온라인 배송은 제한 없이 허용하되 오프라인 규제는 유지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는 것도 그 불안을 달래려는 정치적 기술에 가깝다.

연합회가 격렬한 구호를 내세우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골목을 지키는 가게는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다. 지역 내에서 현금이 돌고 사람이 얼굴을 익히는 마지막 공동체의 유통망이다. 새벽배송의 문을 넓게 여는 순간, 해당 유통망의 유일한 경쟁력인 근접성과 신속성은 힘을 잃고 천천히 말라간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한쪽의 편의를 다른 쪽의 생존권으로 결제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플랫폼 권력과 재벌 유통의 몸집을 동시에 제어할 정교한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이 현장에서 소외되는 이 없이 작동하는지 끝까지 확인하는 일이다. <칼럼니스트_창작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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