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서비스다. 최근 판례검색, 변호사 검색, 법률자문 수립, 소송 자동화 등 그 범위를 넓히고 있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 등 기존 변호사 업계와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변협 등 변호사 업계는 플랫폼이 커지면 법률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 주장한다. 리걸테크 업계는 소비자와 변호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반박한다. 법률 서비스의 진입 장벽과 비용을 낮추고, 변호사도 고객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산업과 신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갈등이 빚어진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타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이 그랬다. 리걸테크 업계와 변협의 갈등을 풀어나가기 위해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어려운 법을 쉽게,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유니콘팜 공동대표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단순히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자리가 아니라, 갈등이 격화되기 전에 대비하는 의미로 토론회를 준비했다”면서, “새로운 산업이 더 성장하고 기존 산업이 융화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리걸테크, 어떤 서비스인가
이날 토론회에는 로앤컴퍼니(로톡), 아미쿠스렉스(로폼), 에이아이링고(오트랜) 등 스타트업이 참석해 서비스를 소개했다.
근로계약서, 용역계약서 등 법률문서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자주 작성한다. 하지만 어렵다. 필요한 문서를 찾고, 샘플을 다운받고, 어떤 항목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계약 형태에 따라 계약서에 필요한 내용도 달라진다. 일반인이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로폼’의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는 이를 간소화했다. 원하는 법률문서를 검색해 필요한 항목을 입력하면 문서가 완성된다. 예를 들어, 연봉을 입력하면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임금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식이다. 박성재 아미쿠스렉스 AI 센터장은 “법률문서 작성의 사각지대 해결이 목표”라며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과기정통부, 중기부의 R&D 지원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법률상담 플랫폼 ‘로톡’을 소개했다. 홈페이지에서 변호사를 선택하고, 상담 내용을 작성한 뒤 결제하면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 상담을 진행한다. 또한, AI를 활용해 변호사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소비자의 법률 서비스 진입 장벽을 낮추고,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소비자는 적합한 변호사를 찾기 어렵고, 변호사는 의뢰인과 만나기 어려운 현재 법률 서비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국회, 학계, 업계 한 목소리로 규제 혁신 요구

왼쪽부터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리걸테크산업협의회 공동협의회장,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재욱 에이아이링고 대표
국회, 학계, 업계는 낡은 규제가 법률 서비스 업계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술이 변화하고 소비자의 필요가 바뀌면 변호사 업계의 역할과 기능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도 “스타트업이 기술을 결합해 신산업을 만드는 것은 시장과 국민의 요구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변호사 검색 상담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경선 연구위원은 “아직도 상당수 소비자가 지인 추천을 통해 법률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플랫폼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효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고 지내는 변호사가 있는 그룹과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그룹이 법률 서비스 플랫폼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법률 서비스의 가치를 아는 소비자, 비용 문제로 법률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소비자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특히, 월평균 가구 소득이 800만 원 이상, 400만 원 이상 799만 원 이하, 399만 원 이하로 내려갈수록 플랫폼 서비스 이용 의사는 각각 16.5퍼센트포인트(%p), 18.3%p, 19.8%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플랫폼은 법률 서비스 시장 전체의 규모를 약 26.7퍼센트 확대하고, 시장 확대 효과는 상대적 소외계층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비용 문제로 서비스 이용을 포기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변호사는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창업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내용을 모두 기각하며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변호사단체와 6건의 소송을 진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박성재 아미쿠스렉스 AI 센터장은 “리걸테크는 변호사의 법률 업무를 돕고 사각지대를 밝히지만, 현재 변호사법은 법률 업무를 변호사만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법률 사무에 대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판례 데이터 확보 등 리걸테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재욱 에이아이링고 대표는 “미국은 지방 법원도 공판 종료 한 시간 뒷면 판례를 공개하지만,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면 공개하지 않는다”며 “판례를 빠르게 볼 수 있도록 개선하면 많은 스타트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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