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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획] 산업기술인력 174만 명의 '착시'... 숫자 뒤에 숨은 '사다리 붕괴'

역대 최대 규모에도 현장은 '인력 가뭄'... 신입 안 뽑고 경력만 찾는 '채용 동맥경화'

산업기술인력 174만 명 시대. 수치상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늘어난 숫자가 산업 전반의 활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 산업과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오히려 산업 생태계의 허리가 끊어지는 '성장통'이 감지되고 있다.

'1.1% 증가'의 함정... 화려한 숫자 뒤 드리운 양극화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산업기술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산업기술인력은 약 17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4년 연속 증가세다. 반도체(4.3%), 바이오헬스(4.0%) 등 국가 핵심 전략 산업이 성장을 견인했고, 조선업 또한 8년 만의 불황을 끊고 반등했다.

[이슈기획] 산업기술인력 174만 명의 '착시'... 숫자 뒤에 숨은 '사다리 붕괴' - 산업종합저널 전자

하지만 이 숫자는 착시에 가깝다. 전체 총량은 늘었지만,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 인원은 여전히 4만 명에 달한다. 소프트웨어, 전자, 화학, 기계 등 주력 산업군의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산업 간·지역 간 양극화다. 수도권 인력 집중도는 50.34%를 기록하며 과반을 넘어섰다. 반면 섬유·화학 등 전통 제조 분야의 인력 부족률은 여전히 3~4%대를 상회한다. 고도성장하는 특정 분야와 지역이 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동안, 나머지 산업과 비수도권은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K-자형'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

끊어진 성장 사다리... "경력직만 찾으면 신입은 어디서 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급 부족보다 '채용 구조의 왜곡'을 더 심각한 문제로 지목한다. 기업들은 즉시 전력감인 '경력직'을 선호하고, 비용과 시간이 드는 '신입 육성'은 기피한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비수도권의 구인·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지방 중소기업이 '신입 사관학교' 역할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지방 기업이 신입을 채용해 교육해 놓으면, 경력을 쌓은 인력이 처우가 나은 수도권 대기업으로 이탈하는 구조다.

결국 신입 구직자는 경력을 쌓을 '첫 기회'를 얻지 못해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고, 지방 중소기업은 인력을 뺏기지 않으려 채용 자체를 주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산업 인력을 길러내는 '사다리' 자체가 붕괴하고 있는 셈이다.

공급 위주 정책의 한계... "누가 어디서 일할 것인가" 물어야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몇 명을 양성하느냐'는 총량 공급에 치우쳐 있었다. 하지만 174만 명이라는 숫자는 구조적 병목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 청년들은 반도체·바이오 등 유망 산업을 선호하면서도, 고강도 노동 환경과 불확실한 미래 비전 앞에서는 주저한다. 대졸자는 연구직으로 몰리고, 현장을 지킬 고졸·전문대졸 생산직은 공동화(空洞化)되는 미스매치도 여전하다.

지금의 인력 증가세는 다가올 인구 절벽을 감안하면 '마지막 호황'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시점에서 현재의 1.1% 증가는 언제든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산업은 기술이 아닌 사람으로 움직인다. 기계와 설비는 남지만, 이를 운용할 숙련 인력이 사라진다면 산업 경쟁력은 유지될 수 없다. 숫자를 늘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노동 환경 격차를 줄이고 인력을 육성하는 기업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적 대수술'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보영 기자
cchby@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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