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김과 펼침을 반복해도 주름이 잡히지 않는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적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최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데스크탑과 같은 고정된 형태의 전자 장치들을 사용자의 편의에 맞춰 크기를 조절하거나 형태를 변형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며 맞춤형 형상 변형 전자 장치에 대한 수요를 촉발하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러한 형상 변형 전자 장치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정체된 전자 장치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관심은 전자 장치가 강한 강성을 가지고 있을 때 부서지거나 영구적으로 변형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성이 높은 전자 장치를 접을 수 있도록 정교한 기구 설계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들도 자주 접히게 되면, 재료의 단단함 때문에 결국 접힘 자국이나 주름과 같은 영구적인 소성 변형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사용자에게 시각적으로 불편한 주름이나 갈라짐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극 손상과 같은 피로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접히는 부분을 제한적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전체적인 형상 변형의 자유도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
롤러블 방식과 같은 다른 형상 변형 기술은 더 복잡한 기구 설계를 요구하며, 이로 인한 비용 상승과 크기 증가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재료의 강성으로 인한 전자 장치의 영구적인 소성 변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한승용, 강대식, 고제성 교수(아주대학교) 연구팀이 형상기억폴리머 소재를 활용해 자유롭게 형태를 변형할 수 있으면서도 접힌 부분의 구겨진 주름을 스스로 펼 수 있는 전자 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형상기억폴리머란 폴리우레탄 계열의 폴리머로써 변형을 해도 유리전이온도 이상에서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는 스마트 소재를 말한다.
최근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반 전자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접힘 자국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름은 장치의 성능을 저하시키거나 화면 왜곡과 같은 문제를 야기해 장치의 형상 변형에 큰 제약이 됐다.
이전 연구들은 유연한 재료를 사용해 주름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이런 재료로 만들어진 전자 장치는 높은 마찰력, 형태 유지의 어려움, 낮은 내구성 등으로 인해 실제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화 과정 중 체액 활용으로 강성 변화를 나타내는 나비 날개의 메커니즘에 착안, 부드러움과 딱딱함을 약 700배까지 조절할 수 있는 형상기억폴리머를 활용해 전자 장치를 제작하고, 구겨진 상태에서의 소성 변형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된 전자 장치는 강성이 낮은 엘라스토머 층을 결합해 회복 불가능한 소성 변형을 방지하는 완충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변형에 강한 은 나노와이어 전극을 내장했다.
작은 알약에도 압축해 보관할 수 있는 이 장치는 단단한 강성을 유지하지만, 꺼내서 열을 가하면 형상기억폴리머의 강성이 순간적으로 낮아져 주름이 사라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극이 재연결돼 구겨지기 전과 같은 터치 패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한승용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전자 장치의 휴대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전자 폐기물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향후 폴리머 기반 발광층(PLED)과 결합돼 새로운 사용자 맞춤형 디스플레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신진연구 및 중견연구 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전자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쳐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12월 6일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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