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은 인공지능 이길 자신 있으세요?”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영주 포항공과대학교 인공지능연구원 원장은 이같이 되물었다. 말문이 막혔다. 챗GPT가 쓴 기사는 오류가 있지만 그럴듯하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이하 AI)’이 나온다면, AI 기술이 더 진화한다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많은 기업과 조직, 개인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도입하고 있다. 변화하는 직업세계에서 AI 역량을 갈고닦아야만 생존할 수 있을까. 관련 보고서를 종합해 봤다.
AI의 생산성 향상…디지털 전환, 일터 전환, 학습 전환의 선순환 이루어져야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생산성 향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AI시대, 미래의 노동자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이하 보고서)’ 보고서는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와 조직 관습을 바꾸고, 바뀐 관행에 맞는 역량을 노동자가 학습해 획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증기에서 전기로 기술 혁신이 일어난 당시를 예로 설명했다. 증기기관을 주 동력원으로 사용한 공장은 생산 설비들을 최대한 동력원 근처에 배치해야 했다. 동력을 전달하는 중심축이 너무 길어지면 부러지기 때문이다.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미국 공장들은 증기기관 중심의 조직 구조와 설비 배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전기 모터를 증기기관이 있던 곳에 설치하고, 설비와 작업 프로세스도 바꾸지 않았다. 기술이 발전했지만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 ‘생산성의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기존 관리자들이 은퇴한 뒤에야 설비 재배치와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 이루어졌다. 동력원 가까이 기계를 배치하는 대신 생산 흐름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재배치했고, 교육훈련을 통해 새로운 배치와 업무에 적합한 학습이 이루어졌다.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역량을 갖춘 인력은 기존 공장 설비와 업무 프로세스를 더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도 키웠다. 기술전환, 일터전환, 학습전환의 선순환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 시기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기존 관리자들이 떠나며 생산성 역설이 해소됐지만, 지금은 구세대의 퇴장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직업세계 변화는 확실하지만,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발전
AI는 모든 분야의 직업을 변화시킬 것이다. 일부 과업은 대체하고, 나머지 과업은 인간노동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현금 지출‧입금과 같은 단순 과업이 중심이었던 은행원의 업무가 ‘현금자동인출기’의 등장 이후 고객의 필요를 파악해 금융 자문을 제공하는 서비스 형태로 변화한 것처럼 말이다.
제조업은 물론 물류, 유통, 운송, 여행 등 서비스업까지, 직업의 이름은 같아도 업무의 내용은 지금과 달라질 전망이다. AI시대를 디지털 전환 혹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직업 세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디지털 기술을 갈고닦아야 할까. 보고서는 ‘미래에는 디지털 스킬이 중요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기술은 사용자 편의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진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산업전시회를 돌아봤을 때, AI 제작 툴 혹은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관련 지식이 없어도,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수의 특정 인력만 프로그래밍이나 AI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대부분은 기존 업무에 기술을 융합하는 역할로 분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소비자는 편리한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면 된다.
→[인공지능시대 필요역량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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