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소공인 부문에서 선정된 의류 제조업체 ‘비에파(VIEPA)’의 윤순민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비에파는 3D모델 기술을 활용해 해외수출용 디자이너 브랜드, 고가의류 브랜드를 위탁제작하는 등 해외에서 인정받는 의류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다음은 윤순민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
Q1.의류 생산 과정에 3D기술을 적용했다고 들었습니다. 기존의 의류 제품을 개발할 때는 손으로 직접 스케치를 하는 등, 모든 과정을 일일히 개발했었습니다. 현재는 개발한 아이템을 컴퓨터상에서 3D화 시켜서 디지털트윈으로 활용해서 개발이나 생산 전반에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Q2. 디지털트윈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디지털트윈은 대명사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개발한다고 하면, 실제 자동차가 있고, 그 자동차를 컴퓨터상에서 3D오브젝트로 만드는 건데, 그 3D오브젝트로 작업하는 것을 디지털 트윈이라고 부릅니다. 디지털트윈은 패션 업계에서만 쓰는 것은 아니고 모든 아이템, 제조 관련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Q3. ‘연구소’ 에서 핵심 업무가 이뤄진다고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건가요? 예전 의류 생산 방식은 큰 회사에서 옷을 개발해서 임가공 외주를 주는 식으로 진행을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런 방식이 맞지가 않습니다. 품종이 많아지고, 그 품종별로 수량이 적어지는 ‘다품종소량생산’의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또, 사이클도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개발을 빨리해야 되고, 생산도 아이템별로 조금씩 많이 빠르게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큰 회사에서 주는 오더만으로는 회사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연구소라는 개발실을 두고 모델리스트들이 아이템을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패턴제작, 샘플제작, 이런 것들을 빠른 사이클로 진행을 합니다. 또, 업체에 생산, 납품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연구소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Q4. 업무를 디지털화했다고 하던데요, 전통방식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업체와 소통할 때 예전에는 실제 샘플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잘못돼있으면 수정하고 소통하는 식으로 했었는데 지금은 디지털트윈을 먼저 만들어서 보여주고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받은 다음에 실제 샘플을 만듭니다. 그래서 샘플을 만드는 시간도 줄어들고 비용도 줄어들어서 훨씬 로스율을 줄이면서 개발과 생산을 빨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개발한 아이템 수가 1만 스타일 정도 됩니다. 또 회사를 운영한지 7년 조금 넘었는데, 전통방식보다 3-4배 정도 빠른 속도인 것으로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통방식은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디자이너가 스케치를 그리면, 패턴사가 스케치로 패턴을 제작하고, 이후 실제 샘플을 만듭니다. 그런데 샘플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과정을 또 반복해야 됩니다. 하지만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게 되면 오류들을 잡아나가면서 만들 수가 있고, 또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샘플을 만들기 전에 먼저 만들고 소통하게 되면 샘플이 한 번에 잘 나올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이 훨씬 줄어듭니다.
Q5. 디지털트윈이 앞으로 의류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요? 이미 큰 회사들은 많이 활용하고 있고, 작은 회사들도 개발을 빨리해야 되고, 비용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사이클의 압박에서 헤쳐나가려면 디지털트윈을 꼭 이용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6. 창업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극복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에 제가 1인 기업 형태로 창업을 했었습니다. 기술직이었기 때문에 바이어가 요구하는 기술을 서비스를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담당하는 분야가 설계 분야이기 때문에 옷 만드는 과정에서는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옷을 만드는 과정 전체를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조금씩 규모가 커지게 돼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직전에 규모를 좀 많이 늘렸었습니다. 생산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던 차에 코로나가 닥쳐서 전부 스톱이 됐습니다. 그래서 만들고 있던 것들을 전부 다 못하게 되면서 위기가 크게 왔습니다. 그때 저희가 잘하는 것에 본질적인 집중을 하자고 해서 고가 의류 제작이라든지 복잡한 의류 제작, 이런 것들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바이어들한테 어필을 많이 하고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조금 잦아들면서 의류 경기가 풀렸고, 그런 과정 속에서 저희가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Q7. 운영과정 중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기술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보니까 연구 쪽에 많이 투자 했었는데 지금은 영업 쪽에 조금 더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저희가 기술적인 숙련도는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옷이 들어와도 다 소화를 할 수 있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어서 바이어들과 소통하면서 풀어 나가는 영업 쪽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Q8. 앞으로 목표와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1960~1970년대 부터 섬유 산업이 발달한 나라였고 지금도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직접 옷을 개발해서 납품하는 회사들이 많이 줄어 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는 그런 것들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가 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지키면서 한국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의류 개발‧생산 업체로 남고 싶습니다.
저희 경영철학은 사훈과 같습니다. 바이어가 의뢰하면 "안 된다"고 하지 말자.
일단은 방법을 찾아보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서 어떻게든 해보자. 저희가 납품하는 업체들이 보통 수출을 많이 합니다. 그런 옷들은 되게 복잡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디자인을 실현하고, 메인 아이템까지 생산하고 납품까지. 이게 저희 목표입니다.
Q9.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이달의 소상공인으로 선정됐습니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한마디 해주신다면 지금 상황이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이 되게 많습니다. 금리도 많이 올랐고, 아무래도 경기가 다운이 되면 소비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무작정 힘내자고 말을 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모든 위기는 지나가니까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