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폐막한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INTER BATTERY 2023)’(이하 전시회)에선 배터리 재활용 기업 부스가 북적였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한 배터리 원재료 가격 급상승 및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불붙는 폐배터리 재활용 경쟁, 대기업도 대거 진출
폐배터리는 배터리 진단을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등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거나, 니켈·코발트·리튬·망간 등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재활용을 통해 추출하는 희소금속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부상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도 성장 요인 중 하나다. SNE리서치는 전기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30년 143만6천 톤(t), 2040년에는 500만9천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2030년 약 60조 원, 2040년 약 200조 원 규모다.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수명은 약 8~10년이다. 휴대기기 등에 사용되는 다른 2차 전지보다 크기가 큰 만큼, 재활용 시 추출되는 희소광물도 많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전기차 사용이 늘수록 폐배터리도 늘어나 재활용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국내에서는 아직 전기자동차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많은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대기업도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전시회에 참여한 SK온, 포스코케미칼, 고려아연, LG에너지솔루션의 부스에는 공통적으로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자원 순환 밸류체인을 형성한다는 내용이 자리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2024년 완공할 계획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과 회수율은?
SK온 부스에서 확인한 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배터리 팩 분해 ▲셀 방전 ▲셀 파쇄 ▲구리‧알루미늄 분리막과 블랙 매스(Black Mass) 분리 ▲리튬 회수 ▲침출 ▲NCM(니켈․코발트․망간) 추출 ▲회수 금속으로 새 배터리 제조의 8단계로 진행됐다.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 성일하이텍(주), ISTMC 부스에서 자세한 과정을 확인했다. 재활용 과정은 크게 전처리‧후처리 과정으로 나뉜다. 전처리는 폐배터리를 방전시킨 후 배터리 셀을 파쇄해 검은 가루로 만드는 공정이다. 니켈·코발트·망간과 구리·알루미늄 스크랩이 섞인 블랙 파우더를 만들어낸다.
후처리는 블랙 파우더에서 목표 광물을 추출하는 공정이다. 황산에 블랙 파우더를 녹인 뒤, 회수 목표 원재료에 반응하는 여러 물질을 넣어 필요한 것만 걸러낸다.
후처리 과정에서 두 기업의 차이가 있다. 성일하이텍은 니켈‧코발트‧망간 및 리튬‧구리‧알루미늄 등 모든 원재료를 분리, 추출하지만, ISTMC는 블랙 파우더 상태에서 구리‧알루미늄 스크랩만 분리해 'NCM(니켈‧코발트‧망간)복합액'을 만든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모든 원재료를 분리하면 해당 원료를 사용하는 다양한 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타이어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코발트는 타이어 제조 기업에 납품할 수 있다.
![[성장하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①]배터리 재활용 산업, 경쟁 본격화 - 산업종합저널 전시회](http://pimg.daara.co.kr/kidd/photo/2023/03/23/thumbs/thumb_520390_1679555892_90.jpg)
ISTMC의 생산품, 좌측 상단 샘플이 NCM복합액이다
이에 대해 ISTMC 관계자는 납품 대상에 따라 최종 생산품이 달라지는 것일 뿐, 기술력의 차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ISTMC의 주 납품 대상은 전구체 업체”라며, “NCM복합액 형태로 납품하면 전구체 업체의 공정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망간을 녹인 금속 용액에 화학반응을 일으킨 뒤 침전‧세척‧건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전구체에 수산화리튬을 섞으면 2차 전지의 핵심 물질인 양극재가 된다. 관계자는 “전구체 업체가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NCM복합액 비율을 조정해 납품한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의 원자재 회수율은 얼마나 될까. 기업 관계자들은 니켈‧코발트‧망간 등 희소 광물의 경우 95퍼센트(%)이상 회수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원자재를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양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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