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을 방문해 정부 및 재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40조 원에 달하는 양해각서(MOU)에 사인하며, 네옴시티 구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 건설업계 역시 제2의 중동붐을 준비하는 눈치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사우디 네옴시티 철도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업계는 과거 ‘플랜트發 어닝 쇼크 당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때만 해도, 대기업 건설사를 중심으로 줄줄이 해외 플랜트 사업에 실패하면서, 구조조정 등 뼈아픈 상황을 맞이했었기 때문이다.
해외수주 실패 여파···2015년 이후에도 지속돼
지난 2010년은 국내 건설업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였다. 제2의 중동붐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플랜트 건설 특수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해외 플랜트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졌다. 건설 인력 시장은 플랜트 및 토목 관련 기술자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줄을 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2013년 ‘플랜트發 어닝 쇼크’를 시작으로 2015년 해외 건설 수주 실적 그래프가 아래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플랜트 부문을 포함한 2010년 해외수주는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어닝 쇼크 이후인 2015년은 461억 달러, 그 다음해는 282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실제로 첫 시발점이 된 2013년은 현지 중동 국가 내 저유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원가가 상승했다. 설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이럴 경우에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의 기술을 빌렸는데, 이렇다보니 기업 사정으로 설계가 늦어지면 이 또한 공기 지연의 원인이 됐다.
많은 건설사들이 역량과 기술이 없는데도 저가 수주 경쟁에 눈이 멀어 무리한 수주를 진행한 결과다.
이로 인해 플랜트 사업에서 1조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한 대기업 건설사들은 대거 채용했던 플랜트 기술자들을 축소하고, 기존 직원들의 인사이동, 임금동결,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B건설사 공사팀 관계자는 “당시 플랜트 사업 적자로 기업 내 분위기가 굉장히 무거웠다. 플랜트 사업의 실패 여파는 2015년 이후에도 계속돼 성과급 지급에도 영향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2022년 해외건설, 3년 연속 300억 달러 이상 기록
지난 2022년 해외건설 수주는 약 310억 달러로, 3년 연속 3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수치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경제 침체기를 고려하면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구축과 동남아 신흥국들의 인프라 구축 사업이 활발해지면서 해외 건설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2022년 해외건설 수주는 인플레이션 증가,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에 따른 세계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3년 연속 3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
수주금액 추이는 2016년(282억 달러)부터 지난해까지 총 319개 기업이 580건, 사업 수주를 통해 기록한 실적은 연평균 297.5억 달러다. 이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의 연평균 수주금액인 621.5억 달러의 47.8% 수준이다.
580건의 사업 중에는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24.4억 달러), 미국 Taylor FAB1 신축공사(19.1억 달러), 필리핀 철도프로젝트(14.5억 달러), 러시아 화학 플랜트 건설공사(11.4억 달러) 등의 10억 달러 이상 대형 사업(전체 수주의 33.2%)이 포함됐다.
수주형태로는 단독수주 사업이 208억 달러로 전체 수주의 67.2%, 공동수주 사업은 102억 달러로 32.8%를 차지했다.
지역별 수주는 2021년 112.2억 달러로 전체 수주의 36.7%를 차지했던 중동이 전년과 비교해 19.6% 감소한 90.2억(29.1%)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는 2021년 대비 31.9% 증가한 122.1억 달러로 전체 수주의 39.4%를 기록했다.
공종별로는 플랜트 부문이 전체 수주의 42.3%인 13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2017년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건산연 손태홍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해외 수주 3대 공종은 플랜트, 건축, 토목”이라며 “이중에서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본격적인 해외 수주가 시작된 1965년도부터 계산하면 약 50% 정도다. 하지만 플랜트발 쇼크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올해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아시아는 필리핀과 인도를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 구축 사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관심을 갖고, 정책을 수립한다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에도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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