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두가 된 유행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은 올해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결과를 이룬 e스포츠 프로 팀에 의해 탄생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대한민국 축구팀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하자, 해당 유행어가 재차 사용되며 다시 한 번 주목 받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송년회, 종무식 등 회식 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식당 거리를 걷다보면 이 유행어는 건배사로도 종종 들려온다.
하지만 유행어 내용이 무색하게도 제조업계에서는 3고(高)현상과 함께 불경기가 전망되고 있어, 무거운 마음뿐이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공장 가동을 위해 고금리의 대출을 받아, 사업장 운영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중소기업-추운 겨울이 온다] 3高에 불경기...중소기업은 무거운 마음뿐 - 산업종합저널 동향](http://pimg.daara.co.kr/kidd/photo/2022/12/16/thumbs/thumb_520390_1671179310_9.jpg)
지난 13일 방문한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짙은 안개가 끼어있다.
제조업계, 3高 직면
지난 3월 본지는 수도권 지역 소재에 있는 산단 중심으로 취재를 (본지 3월 14일, 22일, 25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보도 내용을 보면, 2020년 주요 국가산단 공장 가동률은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지만, 점차 회복세에 돌입하고 있었다. 2022년에는 적정 수준까지 회복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기대감과 달리, 올해 초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에너지 가격 상승,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새로운 경제위기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현재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高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發 자금 경색으로 금융시장이 한 층 두텁게 얼어버리면서, 기업들의 곡소리만 나오고 있다. 대·중견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의 자금 상황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주요 국가산단 내 제조업계 현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산단 내 95% 이상이 중소기업인 시화국가산업단지를 방문했다.
시화국가산업단지는 총면적 16.6㎢의 산업단지다. 경기도 시흥시와 안산시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기계 업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올해는 특히, 대출 관련 지원 호소가 더 많았어요” 지난 12일 시흥산업진흥원에서 만난 관계자의 말에서 자금난에 놓인 중소기업의 사정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시흥산업진흥원은 올해 하반기 관할 지역 약 5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간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자리였다. 가장 많이 언급된 이야기는 자금, 인력, 마케팅 순이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설문 결과, 약 40%의 기업이 자금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금에 관해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라고 얘기했다.
치솟는 금리·높아진 금융 문턱…추운 겨울이 온다
국내 경기가 움츠러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혹독한 겨울나기가 예고된다.
벌써부터 기업 대출 규모는 증가하는 조짐을 보인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11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기업대출은 전달보다 10조5000억 원 늘어난 1179조7000억 원으로, 지난 2009년 6월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증가된 액수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은 약 4조 원을 차지한다.
대출 규모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최근 금융 시장 경색, 고금리 등으로 대출의 문턱마저 높아져 자금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시흥시 소부장경영인협회 김창수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3高 현상과 관련해 시화 산단 내 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있다. 고금리 대출로 예전보다 경영 환경을 훨씬 무겁게 느끼고 있다”라며 산단 내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도산을 막기 위해 대출을 받아 연명하는 업체들이 전보다 많아졌지만,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마저 주저할 수밖에 없다”라며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 사무총장은 “예전에는 매출이 좋은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설비 투자나, R&D 부문에 투자했었는데 요즘에는 고금리로 인해 차라리 돈을 갚아 이자 손실을 줄이려고 한다”라며 “현재 매출이 좋은, 소위 부자 업체들은 투자나 확장에 대한 부분이 아닌 긴축을 준비하고 있고 반대로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돈을 빌리고 싶은데 등급이 나오지 않아, 대출 총량 자체가 시화산단 내 많이 줄고 있는 추세다”라고 얘기했다.
한계기업 대상 면밀한 부실관리 필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24일 중소기업 금융지원위원회에서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소상공인 546곳 가운데 절반 이상(51.8%)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현재 영업이익으로는 이자 상환에 부담이 있다고 답했다.
높은 이자에 금융 비용 완화가 필요하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을 보면 ‘2023년 중소기업 경영안정과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금융비용 완화’를 꼽은 것으로 확인된다.
금리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한계에 내몰리지 않기 위해 부실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실 소상공인 추정과 시사점'을 펴낸 중소기업벤처연구원의 정은애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은 상대적으로 물가보다 금리 충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정책을 설계할 때, 부채 부분에 관한 면밀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진행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리상승으로 부실이나 한계로 진입한 소상공인들은 다시 대출로 영업비용과 생활비를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특성을 모두 고려한 부실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공동취재=최 준 기자·강현민 기자]
저작권자(c)산업종합저널.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