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마무리가 중요하다' 평소에도 으레 듣는 말인데, 유독 자주, 많이 들리는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어김없이 연말이 왔습니다. 돌이켜보니 올해는 유독 정신없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전례 없이 찾아온 기후 위기를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공급망 위기, 대통령 선거 등 다양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차원에서 본지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올해 산업계에 있었던 크고 작은 소식 10건을 선정하고, 차례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남은 기간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며 내년에도 새로운 이슈, 보다 깊은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2022년 10대 이슈] ①납품단가 연동제 - 산업종합저널 동향](http://pimg.daara.co.kr/kidd/photo/2022/12/12/thumbs/thumb_520390_1670835411_25.jpg)
지난달 11월 10일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주최한 '납품단가연동제 정책토론회'
첫 순서는 납품단가 연동제입니다. 지난 8일 중소기업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를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정기 국회 종료일 하루를 남기고 통과했습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중소기업만이 짊어질 게 아니라 대‧중소가 함께 분담하자는 취지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첫 논의가 시작된 납품단가 연동제는 이후 14년 동안 크고 작은 진통을 겪은 바 있습니다.
대기업 경제 단체들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시장 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등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것인데요. 법적으로 규제될 경우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경고합니다.
이 외에도, 계약은 계약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당사자의 자율에 맡겨야 하고, 중소기업의 원자재 도입 원가 개선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습니다.
이후로도 중소기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목소리는 내왔지만, 부작용 우려와 반발 등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2022년 10대 이슈] ①납품단가 연동제 - 산업종합저널 동향](http://pimg.daara.co.kr/kidd/photo/2022/12/12/thumbs/thumb_520390_1670836042_11.jpg)
지난 2월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중소기업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꺼질듯 한 이야기에 불씨를 지핀 건 올해 초 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입니다. 당시 윤석열, 이재명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중소기업 공약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약속하면서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의 변동폭이 커진 것도 논의 점화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 한국무역협회 , 한국경영자총협회 ,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서 법제화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이 있었지만, 여야는 물론 정부까지 힘을 실으면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국회를 통과 했습니다.
이번 개정안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납품대금에서 10%이상 차지하는 원재료를 주요원재료로 정의 ▲주요원재료 가격 변동시 납품대금 조정 방법을 약정서에 미리 기재하도록 의무화 ▲중소벤처기업부는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표준약정서를 제정해 사용 권장 ▲위탁기업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이를 피할 경우 5천만 원의 과태료 부과 등입니다.
예외 조항도 달렸습니다. ▲위탁기업이 소기업이거나 ▲계약기간이 90일 이내 ▲납품대금이 1억 원 이하인 거래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등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6개월(의무 및 제재 관련 사항은 공포로부터 9개월) 뒤 시행될 예정입니다.
![[2022년 10대 이슈] ①납품단가 연동제 - 산업종합저널 동향](http://pimg.daara.co.kr/kidd/photo/2022/12/12/thumbs/thumb_520390_1670835424_53.jpg)
지난 5월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성의종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통과는 됐지만, 갈 길은 남았다
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끝난 일은 아닙니다. 부작용과 우려되는 대목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입니다. 앞서 나왔던 예외 조항의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합의하면 연동제를 적용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분입니다. 갑·을 관계인 국내 산업 구조상 예외 조항이 악용될 여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작용에 관한 목소리도 나옵니다. 앞서 경제 5단체는 공동발표문에서, 법제화가 될 경우 선결 과제로 ▲현행법 충돌 문제 해소 ▲통상 문제 사전 검토 ▲예외 조항 적용범위 확대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현행법과 충돌 문제 해소’를 들여다보면, 하도급 및 상생법과의 충돌 우려가 확인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게 감액을 청구하는 경우 현행법상 '감액 금지 규정'을 위반할 여지가 존재한다는 내용입니다. 원자재 값 변동분 반영에 가격 하락도 적용될 것인데, 하도급법(제11조 제1항)에선 하도급대금 감액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어, 두 법이 충돌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주요 원재료 비중 확인을 위해 위탁기업이 수탁기업에게 요청하는 경우 상생법‧하도급법상 '경영정보 요구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확인됩니다.
이에 관해 소관 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는 법 시행 전까지 시범운영을 지속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시행령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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