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_“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운송 거부가 계속되면, 헌정 사상 최초로 국민이 부여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_“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결코 총파업의 깃발을 내리지는 않을 것”
그야말로 한 발짝 물러섬 없는 강대강 대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물연대본부가 2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노동계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긴장 속 대치가 아흐레 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영구화 ▲적용 품목과 차량 확대를 주장하며, 정부와 여당이 수용하기 전까지 파업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과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안전운임제는 3년 더 일몰제로 연장하되 적용 품목 확대에는 선을 그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물연대본부가 24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24일 오전 의왕ICD 오거리 파업 출정식 당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화물연대본부가 24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은 24일 오전 의왕ICD 오거리 파업 출정식 당일.
엇갈리는 주장…“이행 기간 짧아 효과 분석 무리한 자료”
화물연대와 정부‧여당의 견해가 갈리는 지점은 ‘안전운임제’의 효용성이다. 화물연대는 제도 도입으로 안전 효과가 입증됐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양측의 논쟁은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가 안전운임제 성과 분석을 위해 한국교통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준 연구 보고서인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결과의 해석 차이로 빚어졌다.
먼저 국토부는 제도 시행 전후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사고 건수가 오히려 늘었다며, 안전운임제도의 효과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 대상 차량 중 하나인 견인형 화물차를 기준으로 사고 추이를 보면, 제도 시행 전인 2019년 690건에서 제도 시행 후인 2020년 674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745건으로 증가했고, 사망자 수는 2019년 21명에서 2020년 25명, 지난해 3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화물연대는 화물차 사고 주요 원인인 과로‧과적‧과속이 줄면서, 안전운임제의 효과가 유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인 컨테이너와 시멘트 차주의 ‘12시간 이상 운행 차주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컨테이너의 경우 2019년 29.10%에서 2021년 1.40%로, 시멘트는 50%에서 27.40%로 감소했다.
또한, 보장된 비용으로 과로가 줄어들면서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는 것이 화물연대의 견해다.
컨테이너 차주의 근로시간은 2019년 월평균 292.1시간에서 지난해 276.5시간으로 줄어든 반면 월평균 수입은 같은 기간 300만 원에서 373만 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자료가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제도 시행이 3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모은 데이터로는 효과를 논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성홍모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지난 6월 국회 토론회에서 해당 보고서에 관해 “제도 시행기간이 짧아 단기간 교통안전 개선효과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의될 필요 있다…“근본 해결책, 화물차 운전시간 줄여야”
연구 기간은 충분치 않아 제도 효과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안전운임제도 자체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연구는 존재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사업용 화물자동차 사고원인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과로는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했다기보다 장시간 운전하지 않으면 적정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없는 낮은 임금과 지나치게 경쟁이 심한 시장 구조가 원인일 수 있다’
먼저, 보고서는 사업용 화물차 사고 주요 원인으로 ‘과로‧과적‧과속’을 지목하면서, 특히 과로의 원인이 단순히 운전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과열된 시장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1 화물운송시장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반화물차 운전기사(컨테이너, BCT, 탱크로리, 카고형 등)의 하루 평균 근로 시간은 12.0시간이다. 하루 중 절반을 차량에서 보내는 셈이다. 순수 운행 시간은 8.0시간, 운행 외 업무 시간(상하차 대기 시간 등)은 4.0시간이다.
‘사업용 화물자동차 사고원인 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작성한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순수하게 안전 측면에서 고려하면, 현재 (화물차)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것이 유리한 구조라는 게 문제다. 화물차 운전자 가운데 일부는 경쟁이 굉장히 심한 상황에서 할부금과 대출 이자도 갚아야 하는 등 월 납입금이 정해져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수익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면 (생계가) 어려워지기에, 장시간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상진 교수는 “안전 측면에서 보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운전 시간 총량 제도 도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을 근로시간 특례 업종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근로시간을 줄여 과열 경쟁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대신에 근로시간 제한으로 줄어든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운임제 품목을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한 교수의 생각이다.
또한, 한 교수는 안전운임제가 화주의 경제적 손실만 고려할 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포함해 폭넓게 논의 돼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화물차 운전자들이 계속 이렇게 운전을 하게 되면, 일반 운전자도 위협을 받게 된다. 화물차 운전자 뿐만 아니라 일반 운전자도 다치게 되니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사안을 우리 사회가 어느 쪽으로 결정하는 게 맞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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