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높은 경제 성장률은 기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8일 펴냈다.
이 보고서에서 KDI는 인구 감소,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202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하면서, 오는 2050년 경제성장률은 0.5%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의 경제 성장률 하락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KDI는 GDP를 생산 요소인 노동과 자본, 생산성으로 나눠 각자 성장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2000년대는 자본공급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성장률이 떨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생산성 증가세의 둔화로 성장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동 공급은 그동안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구조 변화로 오는 2050년 생산연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통계청 전망에 따라 예전과 달리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상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활용한 2050년까지의 장기 경제성장률을 연구에 착수했다고 KDI는 전했다. 이 연구는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개선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총요소생산성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기준 시나리오의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2%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2050년 0.5%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점 1인당 GDP는 1.3%로 예측했다.
이 시나리오의 경우 2010년대 한국의 1인당 GDP(OECD 하위 32%)와 소득이 낮을수록 생산성 증가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1%로 전제한 뒤 산출한 결과다.
낙관적 시나리오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OECD 상위 25% 수준을 근거해 1.3%로, 비관적 시나리오는 생산성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2010년대의 0.7%로 전제하고 계산했다.
산출 결과,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1% 내외로 성장하고, 1인당 GDP 증가율도 1%대 후반으로 나타났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1인당 GDP 증가율도 1%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KDI는 노동 공급의 감소를 지목했다. 특히, 경제활동을 덜 하는 고령층 인구가 늘면, 1인당 GDP도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고령화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선 총요소생산성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충고했다.
경제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반의 효울성을 개선하는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 개방으로 국내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개선을 유인하고, 출산과 육아 부담으로 경제 활동 참가가 저조한 여성과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거시정책 기조를 설정할 때도 장기경제성장률의 하락 추세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는 노력은 필요하나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저자인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 재정을 지나치게 많이 활용한다거나 금리를 너무 낮게 가져가면 경기 부양이 될 것이다. 전에는 이같은 방법으로 약 3~4% (성장률) 목표를 두고 정책을 시행했다"면서 "그런데 현재 국내 잠재력이 낮은 상황에서 예전의 눈높이로 부양책을 실시하면 오히려 경기가 불안하고, 물가도 많이 오를 것이다. 정부 정책도 현실적 상황에 맞춰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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