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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단지①] 소공인들의 집합소 문래동 철공단지, 현주소는?

IMF·중국 납품 시작 등으로 쇠퇴…제조업 소재·부품 국산화 기여

뿌리산업의 기술력을 보유한 1천300여 개 소공인들이 집적돼 있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단지. 1960년대 소모성 부품들을 수급하기 위해 형성된 문래동 철공단지는 70~80년대 전성기를 맞이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거나, 공장이었던 자리에 상권이 들어오면서 소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쇠락해가는 문래동 철공단지를 터전으로 삼은 소공인들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편 : 소공인들의 집합소 문래동 철공단지, 현주소는?
2편 : ‘아이디어·스타트업·펀딩’ 문래동에 낯선 이가 왔다
3편 : 문래동의 장인들

취재 : 고성현, 박소연


[철공단지①] 소공인들의 집합소 문래동 철공단지, 현주소는? - 산업종합저널 동향
문래동 철공 골목


1980년대 이후 쇠퇴.. 소재·부품 국산화에 기여

문래동 철공단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문래동 지역에 지었던 대규모 공장들을 한국기업이 인수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공장을 인수한 기업들은 소모성 부품을 수급해야 했고, 이를 위해 1960년대 중후반부터 10인 이하의 제조업체인 소공인들이 문래동 일대에 모여들었다.

1980년대 정부는 수도권 과밀 억제 정책을 세우고, 1983년도에 수도권 정비 계획 법안을 시행했다. 이 때 큰 공장들은 지방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1천300여 개 소기업들만 남아 있다. 이후 IMF 외환위기로 제조업 경기가 악화하고, 원청업체들이 중국에서 납품을 받기 시작하면서 문래동 철공단지의 전성기는 막을 내린다.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뿌리산업 금속 집적지로서 문래동은 여전히 중요한 입지에 있다. 정석환 서울소공인협회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문래동은 서울뿐 아니라 제주 등 전국으로 납품하며 소재·부품 국산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문래동 철공단지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제조업은 기계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데, 기계는 주기적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 소모성 부품들을 필요로 한다”고 밝힌 정 사무총장은 “서울시 5대 제조업의 문래동 의존도는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고 밝혔다.


원자재 상승, 임대료 상승 등 어려움 직면

지난 8일, 문래동 철공단지에서 만난 소공인들은 경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철공업 원료인 철강재 값이 국제 수요 증가로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10년간 문래동에서 금속 가공업에 종사했다는 A씨는 "철강재 값이 거의 두 배가 올라 생계에 지장이 많다"고 토로했다.

상권의 변화로 인한 임대료 상승도 소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수년 전부터 공장이었던 자리에는 식당, 술집, 카페 등 문화 상권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문래동의 C 공인중개소 대표는 "문래동 철공단지 부근 건물이 노후된 탓에 상대적으로 시세가 저렴하기 때문에 상권이 많이 들어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M 공인중개소 대표 역시 "작년 평당 6만 원이었던 시세가 평당 10-15까지 올랐다"며 "기존 철공소도 임대료 상승으로 많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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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고령화 또한 문래동 철공소 쇠퇴의 원인 중 하나다. 서울소공인협회에 따르면, 현재 문래동의 60대 이상 고령층은 60% 이상이지만, 50대 미만은 10%도 채 안 된다. 30년간 문래동에서 송풍기를 만들었던 B씨는 폐업을 10여 일 앞두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70이 넘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둔다"며 "돈도 벌기 힘들고, 기술적으로도 성장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철공단지①] 소공인들의 집합소 문래동 철공단지, 현주소는? - 산업종합저널 동향
문래동 철공단지에 상권이 들어서고 있다.


자구책 마련 등 노력.. 정부 지원에는 ‘글쎄’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문래동 철공단지. 정 사무총장은 “문래동 소공인들이 사라지면 동남아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 단가가 급등할 수 있다”며 “부품을 공급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은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소공인들의 기술력은 단기간이 아닌 50~60년 동안 축적된 무형의 자산”이라며, 문래동 철공단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래동 철공단지를 보존하기 위해 소공인들은 여러 자구책을 찾고 있다. 서울소공인협회는 ‘스틸아트 공모전’ 통해 소공인의 금속가공 기술력으로 아파트 조형물을 설치한바 있다. 또한 ‘소공인 온라인수발주 플랫폼 구축 사업’, ‘내 공장 갖기 프로젝트’ 등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지원 또한 이어지고 있다. 영등포구청은 문래동 철공단지에 산업제품화 지원 사업을 시행중이다. 영등포구청 김웅 주무관은 “소공인의 장인들과 예비 창업자들의 콜라보 사업인 ‘아이디어 마켓’과 소공인들의 온라인 판로개척을 위해 홍보·마케팅 지원을 하는 ‘메이커스 마켓’ 사업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 대한 소공인들의 체감에는 온도차가 있는 실정이다. 15년 동안 문래동에서 철공소를 운영했다는 D씨는 소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정부가 지원한다고는 하는데 우리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대답했다.

또한 서울소공인협회 정 사무총장은 “지원 사업의 수요자인 소공인들 입장을 좀 더 고려해서 지역에 맞는 정부사업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본보에서는 철공단지 소공인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현실의 어려움에 대해 물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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