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연구실의 신기한 장난감이 아니다. 인구 절벽과 생산성 저하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로봇은 인간의 '빈자리'를 채우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의 두 거인, 일본과 중국이 로봇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것이다. 일본은 기계에 '마음'을 심어 부족한 사람의 온기를 대신하려 하고, 중국은 기계를 '군단'으로 만들어 압도적인 생산 패권을 쥐려 한다. '감정'과 '효율', 이 두 가지 키워드로 인간의 영역에 침투하는 로봇 산업의 두 얼굴을 심층 진단한다.
日, '춤추는 로봇' HRP-4C… "기계가 미소 지을 때, 노동은 서비스가 된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요양원과 편의점, 가정 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장에서 인간의 정서를 어루만지는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개발한 'HRP-4C'는 그 상징과도 같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로봇은 약 30개의 전신 모터와 8개의 얼굴 전용 모터를 탑재해 인간과 흡사한 걸음걸이는 물론, 미세한 얼굴 표정까지 구현해낸다. 말과 표정을 인식하고, 심지어 춤까지 춘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로봇이 인간에게 '정서적 반응'을 보일 때, 비로소 기계적 노동이 '서비스'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다.
편의점에서 원격 조작 로봇이 진열을 담당하는 사례(Rest of World 보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노동을 원격지에서 접속해 수행하는 '감정 노동의 재배치'를 의미한다.
하지만 기계가 과연 인간의 '마음'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 일본의 로봇공학자 하시모토는 “사람처럼 생겼다고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간다움이란 외형적 유사성이 아니라 맥락과 목적, 책임과 존재감에서 나온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中, '로봇이 로봇 만든다'… 17시간 무한 노동의 '신생산력'
반면, '세계의 공장' 중국의 시선은 철저히 '효율'과 '규모'에 꽂혀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 차원의 '신생산력(new productive force)'으로 규정하고, 제조·서비스 분야에 대규모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의 로봇 굴기는 압도적인 물량 공세로 나타난다. 일본 타임즈(The Japan Times)에 따르면 중국 공장 내 로봇은 이미 200만 대를 넘어섰으며, 작년에만 30만 대가 신규 설치됐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기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로봇 기업들의 실험은 섬뜩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로봇이 티셔츠를 접거나 문을 여는 작업을 17시간 연속 수행하는가 하면, 한 기업 관계자는 "언젠가 우리 공장에서는 로봇이 로봇을 조립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슈퍼컴퓨팅급 AI로 무장한 중국의 로봇 군단은 생산라인을 넘어 가정과 서비스 영역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기존 로봇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산업 생태계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감정과 효율 사이, 사라지는 것은 '인간의 자리'
일본의 '감정' 주입과 중국의 '효율' 극대화는 접근법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결말을 향해 달린다. 기술이 단순 반복 노동을 넘어 비정형 작업과 정서적 서비스 영역까지 침투할수록, 설 자리를 잃는 것은 인간이다. 감정노동자, 안내원, 요양보조사 등 우리 사회에서 '돌봄'과 '연결'을 담당하던 존재들이 가장 먼저 위협받게 된다.
휴머노이드가 매장에서 접객을 하고, 병상에 누운 노년의 손을 잡아주는 미래는 이미 와 있다. 하지만 기술이 그 미래를 약속했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준비된 것은 아니다.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때 우리는 누구에게 감정을 기대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대가 사라진 공간에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가. 로봇이라는 거울 앞에 선 인류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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