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기획] '갭이어'는 청춘만?… 100세 시대, 중장년 '쉼표'가 산업 지형 바꾼다

경기도 '베이비부머 인턴캠프' 등 실험… "단순 재고용 아닌 새 역할 창출"로 전환 모색

"이 나이에 뭘 더 배워요?" 체념 섞인 질문 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내가 아직 궁금한 게 많다는 걸 알았어요."

학업이나 직업 경로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시간, '갭이어(gap year)'. 흔히 '배낭여행 떠나는 청춘'을 떠올리게 하는 이 '쉼표'가 이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중장년층에게도 필수적인 생애 설계 과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길어진 노동 생애, 급변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잠시 멈춤'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현명한 투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 '갭이어'는 청춘만?… 100세 시대, 중장년 '쉼표'가 산업 지형 바꾼다 - 산업종합저널 동향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경기도가 '중장년 갭이어'의 사회적 실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달 '경기 중장년 앙코르 위크'와 '중장년 갭이어 확산 포럼'을 개최하며, 50대 이상을 위한 경력 전환과 사회 재참여 모델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핵심은 단순한 휴식 제공을 넘어, 중장년층의 경험과 잠재력을 새로운 산업 지형과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으로서 갭이어를 재정의하는 데 있다.

'베이비부머 인턴캠프', 재취업 아닌 '재탄생' 실험실
실험의 중심에는 '경기 베이비부머 인턴캠프'가 있다. 이름과 달리 내용은 실전적이다. 참여자들은 4개월간 지역 사회에 머물며 인턴십, 교육, 창업 탐색 활동을 통해 '일의 재정의'와 '삶의 재구성'을 모색했다. 은퇴=노동의 끝이라는 통념에 맞서 '끝이 아닌 다음'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이 '다음'은 청년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교육자, 멘토, 혹은 새로운 기술을 익힌 '경험 많은 신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산업은 숙련된 노동력을 다시 맞이하고, 중장년층은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산업과 정책의 만남… 새로운 노년의 설계도
포럼에서 정건화 한신대 명예교수는 "중장년 일자리 정책은 단순 재고용이 아니라, 새로운 활동의 창출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산업 지형 변화와 맞물려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수축하는 제조업과 확장하는 서비스·케어 산업,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되는 세대들. 이 모든 과제는 중장년 갭이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 교육을 통한 재취업, 돌봄 노동으로의 전환, 지역 문화콘텐츠 전문가 양성, 기후·환경 분야 시민 활동 참여 등 갭이어는 산업 변화의 '이음매'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녔다. 새로운 산업으로 진입하는 가교이자, 다시 태어난 노동력의 공급 창구가 되는 것이다.

"갭이어는 사치가 아닌 필요"… 인식 전환이 관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갭이어는 더 이상 '시간과 돈이 많은 사람의 사치'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산업과 사회를 위한 '회복 장치'이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충전'이며, 길어진 생애 후반부를 위한 '전환기 설계'의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경기도의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하지만 '갭이어는 젊음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중장년의 전환은 곧 사회 전체의 전환이며, 그들이 잠시 멈추는 시간은 새로운 산업과 사회를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 출발점의 이름이 바로 '갭이어'다. 이제 사회와 산업이 먼저 물어야 할 때다. "당신의 다음 단계를 위해, 지금 어떤 '틈'이 필요합니까?"
김지운 기자 기자 프로필
김지운 기자
jwkim@industryjournal.co.kr


0 / 1000


많이 본 뉴스

바이오 인공장기, 의료 혁명 이끌까… 심장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

최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된 환자는, 쓰러진 지 5분이 넘은 바람에 심장이 멈췄다. 이 환자는 보조장치인 ECMO(체외막 산소화장치)를 사용하여 연명했지만, 심장은 결국 10일 후에야 다시 뛰었고, 그 기능은 70%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이 환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2025년 소비 시장 5대 키워드 'S.N.A.K.E' 제시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2025년 소비 시장을 이끌 5대 키워드로 ‘S.N.A.K.E’를 선정하며, 경기 둔화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유통 기업들이 생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7일 발표한 ‘2025 유통산업 백서’를 통해 S.N.A.K.E(Survival, Next

이차전지 제조장비, 차세대 기술로 2030년 50조 원 시장 전망

이차전지 제조장비 산업이 2030년까지 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건식 전극 공정과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관련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이하 기계연)은 최근 발간한 ‘기계

DPP 도입, 국내 기업에 도전이자 기회

2027년부터 EU가 디지털제품여권(DPP) 제도를 순차적으로 의무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EU 디지털제품여권(DPP) 동향 및 GS1 국제표준 기반 대응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DPP 정책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제품여권(DP

급증하는 고령층 취업… 일할 의지는 넘치지만 일자리는 부족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면서 60대 이상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6%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60대 이상의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9월 기준, 60세 이상 취업자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