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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톺아보기] "내가 잘려야 너는 일할 수 있다고?"

정년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을까…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은 늘 비켜줘야 했다. 지하철 좌석, 줄 선 곳, 직장에서의 자리까지 어디서든 나는 뒤로 밀렸다. 공경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관행은 직장에 들어와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는 고참의 빈자리를 기다렸고, 고참은 퇴직이 다가올 때까지 자리를 놓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손을 탓하지 않았다. 문제는 ‘제때 빠지지 않는 늙은이’들이라며, 마치 정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사라져야 할 ‘잔여물’처럼 취급됐다. 그 말이 무례하게 들렸다.

같은 팀 김 과장은 일흔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년이 다 되었지만 그는 스스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계약직이라도 좋다고 했다. 능력을 더 쓰고 싶다는 말 앞에 누구도 대놓고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속으로 수군거렸다. “그 자리에 후배가 들어가야 할 텐데.”, “나 때는 정년 되면 나갔어.” 웃으며 지내면서도 그의 자리를 탐냈다. 그가 떠나야 누군가가 올라설 수 있었고, 그 누군가가 ‘나’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톺아보기] "내가 잘려야 너는 일할 수 있다고?" - 산업종합저널 동향

나는 사실 그가 싫었다. 그가 퇴직해야 내가 부팀장으로 올라갈 기회가 오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기회는 희소했다. 그가 남아 있는 한 내 기회는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싫어해야 할 대상이 그가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려 공부했고, 회의 자리에도 누구보다 많은 데이터를 준비했다. 우리는 능력이 있으면 남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남으면 곧바로 ‘이기적’이라며 비난한다.

결국 그가 회사를 떠났을 때 나는 승진했다. 바라던 일이었지만 마음은 이상했다. 내가 올라선 자리는 스스로 내려오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가 억지로 내려간 자리였다. 그는 섭섭한 기색 없이 내 손을 잡았다. “기회를 잘 써줘.” 나는 답하지 못했다. “과장님 덕분이에요.”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사라졌다.

그 일을 겪은 뒤 나는 더 조심스러워졌다. 언젠가 나도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가 온다. 그러나 내 생계를 위해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속으로 비난하지 않을까. “꼰대 하나 또 자리 안 비우네.” 그 말이 두려웠다.

우리는 늘 문제를 양자택일로 만든다. 늙은 이의 생존과 젊은 이의 기회는 공존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필연일까. 오래 일하고 싶은 이를 탓하기 전에, 왜 정년 이후 일할 자리는 그렇게 적은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자리를 넘기지 못하는 일이 죄처럼 여겨지는데, 그 자리를 새로 만드는 일은 왜 아무도 하지 않는가.

[산업톺아보기] "내가 잘려야 너는 일할 수 있다고?" - 산업종합저널 동향

언젠가 나도 뒤에서 밀려오는 후배의 숨결을 느낄 것이다. 그 차가움 속에서 깨닫게 되겠지. 누군가의 자리를 차지했던 내 젊은 날이 얼마나 위태롭고 잔인했는지, 누군가가 일하고 싶어 했던 열망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그래서 지금은 말하고 싶다. ‘내가 잘려야 네가 일할 수 있다’는 그 문장은 틀렸다. 너무 슬프고 게으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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