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고령화 늪에 빠진 대한민국 사회가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며 외국인 근로자를 향한 막연한 경계심이 팽배하다. 낯선 이방인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짙지만, 실제 데이터가 가리키는 진실은 정반대다. 외국인 인력 유입은 치솟는 지역 물가를 억제하고 오히려 가계 실질 구매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백기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가 잡는 이주민… 서비스 요금 0.6% 하락 효과
산업연구원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장장 14년간 전국 39개 주요 도시를 샅샅이 추적한 심층 분석 결과를 내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국인 비중이 10%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지역 내 서비스 중심 물가는 평균 0.6% 떨어지는 뚜렷한 하방 궤적을 그렸다. 핵심은 생활비 부담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내국인 노동자 임금은 전혀 깎이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지갑 속에 남은 돈의 실질적인 가치와 구매력이 껑충 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외식업·사교육비 동반 안정… 인력 충원형 디플레이션
지표를 짓누른 원동력은 단순한 인건비 삭감이 아닌 복합적인 지역 경제 구조 재편에 있다. 노동 공급 측면을 살펴보면, 내국인이 기피하는 외식업과 각종 공공서비스 영역에 저숙련 외국인 인력이 대거 투입돼 만성적인 구인난을 해소하고 생산 단가를 낮추는 인력 충원형 디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소비 수요 구성 변화 역시 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외국인 가구는 내국인과 비교해 사교육 지출 비중이 현저히 낮다. 학원 등록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역 내 교육 서비스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반대로 식료품을 비롯한 일반 교역재는 소비 인구 팽창으로 가격이 소폭 올랐으나, 덩치가 큰 서비스 물가 낙폭이 상승분을 완전히 덮어버리며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를 주도했다.
집값 잡고 구매력 4.09% 쑥… 철저한 상호 보완 관계
주택 임차료와 교육비가 동시에 떨어지는 흥미로운 파급 효과도 관찰됐다. 사교육 열기가 식으면서 학군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주택 수요가 덩달아 분산돼, 널뛰던 전셋값과 월세 오름세를 억누르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가장 우려했던 임금 잠식 현상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통계적으로 내국인 임금표에는 아무런 타격이 가해지지 않았다. 현장 노동 시장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일자리를 두고 싸우는 대체재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빈자리를 채우는 보완재로 작동함을 시사한다. 임금은 고스란히 유지된 채 밥상머리 물가가 내려가면서, 중졸 이하 가구는 최대 4.09%, 고졸 가구는 최대 3.96%에 달하는 실질 구매력 폭등을 경험했다. 팍팍한 생계비에 짓눌려 온 저소득층일수록 긍정적인 체감 효과가 훨씬 강력하게 나타났다.
단순 체류 넘어 든든한 노동 자원으로… 촘촘한 구조 설계 필수
객관적 수치로 증명된 파급력을 극대화하려면 낡은 정책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대학 캠퍼스에 머무는 유학생을 단순한 단기 체류자로 낭비하지 말고 지역 사회 핵심 노동 자원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업을 마친 뒤 곧바로 지역 기업 일자리로 직행할 수 있도록 연계형 체류 트랙을 신설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동시에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방패막이도 절실하다. 학원 수요 위축이 전체적인 교육 환경 질적 저하로 번지지 않도록 공공 부문 선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비용 절감 매력에 취해 방관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뿌리내릴 외국인 2세대 적응과 원주민 간 교육 기회 불균형을 동시에 해소하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수술대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