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83조6천억 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11조1천억 원(15.3%) 늘어난 수치로, 글로벌 기술 주도권 경쟁 속에서 민간 기술 투자가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2025년 5월 공시자료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R&D 투자 상위 1천대 기업의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은 4.8%로 나타났다. 전년 4.4%에서 0.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매출 증가폭보다 투자 확대폭이 더 컸던 결과다. 총액, 증가율, 투자 비중 모두 2010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30조원대 집행… 상위 10개사 집중 심화
전체 R&D 투자 중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65.5%(54조7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23년보다 2.8%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상위 집중도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독으로 30조2천억 원을 투자하며 전년보다 6조3천억 원 규모를 추가로 집행했다. 이는 1천대 기업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조 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은 총 9개사로,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4조5천억 원), 현대자동차(4조3천억 원), LG전자(3조4천억 원), 기아(3조3천억 원), 삼성디스플레이(3조1천억 원), LG디스플레이(2조 원), 현대모비스(1조8천억 원), 삼성SDI(1조3천억 원)가 포함됐다. 이 구성은 전년도와 동일하다. 1천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을 투자한 기업은 총 53개로, 2023년보다 3곳 늘었다.
EU집행위원회의 2023년 기준 글로벌 R&D 투자 2천대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국내 기업 수는 40개로, 미국(681개), 중국(524개), 일본(185개)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중견기업은 확대, 중소기업은 축소
기업 규모별로는 중견기업이 513개사로 가장 많았고, 전년 대비 22개사 늘었다. 이들의 R&D 집행 규모는 11조5천억 원으로, 2023년보다 7.3% 증가했다.
대기업은 170개사로 전년과 유사했으며, 총 투자액은 68조6천억 원으로 17.5% 확대됐다.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총액은 38조4천억 원이며, 증가율은 11.4%로 낮아지고, 상위 10개사를 제외할 경우 증가폭은 7.3%에 그쳤다.
중소기업은 317개사로, 전년보다 21개 줄었다. 전체 투자액은 3조5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2.5% 늘었지만, 기업 수 기준에서는 감소세가 뚜렷했다. 다만 신규 진입 기업 수가 42개에 달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시장 진입의 활력은 높게 나타났다.
전자·자동차 중심의 제조업 집중 구조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전체의 89.8%인 75조 원을 차지하며 주도권을 유지했다. 이는 전년도보다 1.1%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다음으로는 정보서비스업(4조 원),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1조8천억 원) 순이다.
제조업 내 세부 업종에서는 전자부품·컴퓨터·영상·통신장비가 43조4천억 원(57.8%)으로 가장 크고, 자동차 및 트레일러(12조3천억 원), 전기장비(6조8천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 규제개선·사업화 기반 강화 추진
산업부 제경희 산업기술융합정책관은 “치열해진 기술 경쟁 환경 속에서도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지속시키기 위해 정부는 규제혁신, 실증 인프라, 금융지원 등 사업화 기반을 대폭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현장 연구자와 기업의 목소리를 수렴해, R&D 성과의 시장 실현을 위한 실행 전략을 조만간 수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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