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경제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2024년은 한국 경제가 중대한 기로에 직면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용문점액, 살얼음판, 변곡점, 고 또는 스톱 등의 용어로 묘사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느냐 아니면 침체기에 접어드느냐 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전문가들도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운파월래(雲破月來, 구름 걷히고 달빛이 새어나오다)’, ‘사중구활(死中求活, 수렁 속 한줄기 빛)’ 등과 같이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의견들과, ‘Squeeze Chimney(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좁음), ‘Lost in Fog(안개 속 길을 잃다)’, ‘젠가게임(Jenga Game, 조금만 방심해도 공든 탑이 쉽게 무너진다)’ 등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의견들로 갈렸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코로나와 고금리로 인해 길었던 경기침체가 내년에는 본격적인 회복세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온 뒤 땅’이라는 키워드를 꼽았지만, 여전히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매우 어렵고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며, “땅이 굳기도 전에 다시 비가 내리면 진흙탕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므로, 우리 기업들은 경제환경의 변화를 더욱 민감하게 파악하고 신중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은 반도체 산업의 회복을 중심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통화 긴축, 수출 경쟁 심화, 중국 저상장 등의 대외 리스크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가계 부채, 부동산 시장, 인플레이션 등이 주요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내년도 수출은 반도체 업황 개선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중국경제의 회복 여부가 불확실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 상황 등의 여건 개선도 불명확해 이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게는 가계 및 기업 부채 관리, 미래 전략 산업 지원 강화, 수출 확대 및 경제 안보 강화 등을 주문했다. 또한 정치권은 뉴 노멀 시대에 맞춰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경제는 글로벌마켓 재편,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과 같이 뉴노멀(New normal) 시대로 진입하는데, 제도, 입법, 정책, 인식과 같은 사회경제환경은 기존 체제에 머물러 신경제로의 도약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러한 엇박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더욱 힘을 내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노력을 더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롭게 구성될 국회에는 ‘전략산업 및 R&D 지원’(33.9%), ‘투자촉진 위한 규제완화’(21.7%), ‘일자리창출 지원제도 강화’(9.4%), ‘노동시장 유연화 제고’(7.2%), ‘상속세 완화 등 세제지원’(5.6%), ‘금융선진화 및 기업자금조달 강화’(3.3%), ‘수출애로 및 통상 지원’(9.4%), ‘중소기업성장 및 창업지원’(8.9%), ‘지역균형발전 지원강화’(0.6%) 등의 숙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정부에게 ‘가계·기업 부채관리’(32.2%), ‘미래전략산업 지원강화’(16.7%), ‘수출확대 및 경제안보 강화’(14.4%), ‘물가관리’(12.2%), ‘저출산 대응 등 성장잠재력 확대’(11.1%), ‘기업부담입법 및 규제완화’(6.7%), ‘3대개혁과제 추진’(3.3%), ‘탄소중립·에너지안보’(1.1%) 등을 당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실효성이 높은 공약, 규제 및 세제 완화, 기업 환경 개선과 미래 산업 활성화 등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는 국내외 리스크에 대한 적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우리 경제가 큰 변화를 겪는 한 해인만큼 경제전문가들은 적극적인 대처와 정책의 투명성 확보가 앞으로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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