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배너
윙배너

스마트슈퍼 직접 가보니…안 쓰는 무인계산대만 덩그러니

동네 슈퍼에 무인운영 기술 지원한 중기부…점주 “무인계산대 있어도 가게 비우기 어려워”

스마트슈퍼 직접 가보니…안 쓰는 무인계산대만 덩그러니 - 산업종합저널 정책
스마트슈퍼 1호점, 무인계산대와 출입인증기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020년 동네 슈퍼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스마트슈퍼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3년이 지나 스마트슈퍼를 직접 가 봤다. 지원받은 무인계산대를 잘 활용하는 점포도 있었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무인계산대만 덩그러니 놓인 가게도 있었다.

취지는 좋았던 스마트슈퍼 구축사업…1년 만에 방향 틀어

스마트슈퍼는 주간은 유인, 야간은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다. 중기부는 동네 슈퍼에 출입인증장치, 무인계산대, 보안시스템 등 스마트기술 도입을 지원해 심야 무인 운영을 통한 추가 매출을 꾀했다.

당시 중기부는 수익성 뿐 아니라 소상공인의 복지 향상 효과도 기대했다. 가족노동으로 하루 평균 16시간씩 운영하는 동네 슈퍼를 스마트 무인점포로 바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소상공인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효과에 의구심을 갖는 점주가 많았고, 30%의 자부담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중기부는 2021년 800개 점포를 시작으로 2025년 4000개 점포까지 스마트슈퍼를 늘릴 계획이었지만, 참여율이 저조하자 200개 규모로 축소했다.

2021년 7월엔 아예 사업 방향을 틀었다. 지지부진한 스마트슈퍼를 접고 ‘경험형‧지능형 스마트마켓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오프라인 매장만의 특색을 살린 요소와 스마트기술을 결합,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슈퍼와 경험형 스마트마켓은 신기술 도입 효과를 누리고 있을까. 직접 찾아가 봤다.

“초반엔 반짝 매출, 지금은 별 볼일 없어”

‘스마트슈퍼 1호점’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던 동작구 사당동의 슈퍼를 찾았다. 사장인 최씨는 “초반에는 반짝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별 볼일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무인 운영 시스템 자체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점포는 밤 12시부터 아침 9시까지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씨는 “슈퍼는 24시간 자리를 지켜야 하는 업종이지만, 지금은 언제든 자리를 비울 수 있어 편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직접 무인계산대를 이용해 봤다. 바코드를 찍고 카드를 끼우니 금방 결제가 완료됐다. 야간에는 주류 냉장고와 담배 판매대를 잠그고 무인 운영한다. 문 앞의 출입인증기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끼우면 입장할 수 있다.

최 사장은 “3년 전보다 무인 매장이 많이 활성화돼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며 “무인 운영을 확대하려 현금을 사용하는 무인계산대를 따로 구입했다”라고 밝혔다.

2호점은 폐점, 골목 스마트마켓은 “무인계산대 있어도 자리 비우기 어려워”
스마트슈퍼 직접 가보니…안 쓰는 무인계산대만 덩그러니 - 산업종합저널 정책
사무용품점과 나란히 있던 스마트슈퍼 2호점은 네 달 전 폐업했다. 오른쪽이 2호점이 있던 자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건물 구내에 위치한 스마트슈퍼 2호점을 찾았다. 2호점은 네 달 전 폐업한 상태였다. 옆 자리에서 사무용품점을 운영하는 A씨는 “폐업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매출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급하게 나간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스마트슈퍼 직접 가보니…안 쓰는 무인계산대만 덩그러니 - 산업종합저널 정책
서울 시내 골목의 '경험형 스마트마켓' 간판

서울 시내 골목에서 ‘경험형 스마트마켓’ 한 곳을 찾았다. 1호점과 마찬가지로 무인계산대와 출입 인증 시스템, 주류‧담배 판매대 잠금 장치를 도입했지만, 스마트기술 도입 효과는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점주 B씨는 “무인 운영을 할 여건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입지가 좋은 1호점과 달리, 해당 점포는 작은 빌라들 사이에 위치했다. 매장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B씨는 “무인 계산대 이용을 어려워하는 노인 분들이 많다”면서, “젊은 고객은 가끔 사람이 많을 때 무인계산대를 사용하지만, 평소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무인 운영 시 담배와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야간에는 주류‧담배가 주 매출원인데, 이를 판매하지 못하니 사람들이 유인 24시간 편의점으로 간다는 것이다. B씨는 “술‧담배를 빼면 과자류 말고는 야간에 판매할 물건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무인 계산대를 통한 추가 매출은 당연히 없고, 유인 운영하는 낮 시간대의 여유 확보도 어렵다. 종량제 쓰레기봉투 등 바코드가 없는 상품도 있고, 물류가 들어오는 시간도 정해져있지 않아서다.

B씨는 “무인계산대가 있어도 가게를 비우기 어렵다”면서, “야간 무인 운영도 여의치 않고, 낮에는 되도록 직접 계산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낮다”고 말했다.


0 / 1000


많이 본 뉴스

[기획 2편] “인간형 로봇의 꿈, 기술보다 더 느리게 걷는다”

2021년,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육체노동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옵티머스(Optimus)’라는 이름의 인간형 로봇을 세상에 소개했다.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처럼 걷고 말하며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진짜 로봇’의 탄생이었다. 그는 이 로봇이 테슬라 차량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기획 1편] 인간의 일을 넘겨받은 기계, Figure 03의 선언

“인간형일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인간의 자리로 들어왔다” 인간은 오랫동안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로봇이 현장을 대체하고, 인공지능이 생각을 모방하며, 일하는 인간의 자리가 서서히 해체되고 있다. 본지는 이 흐름 속에서

[심층] ‘유령기지국’ 통한 소액결제 피해…디지털 인증 체계의 사각지대

경기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에서 KT 이용자를 중심으로 소액결제 피해가 다수 보고되면서, 불법 초소형 기지국, 이른바 ‘유령기지국’ 개입 가능성이 제기됐다. KT는 9일 일부 통화 기록에서 실존하지 않는 기지국 ID가 확인됐다고 밝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현장

[심층기획] “기술을 지켰다면, 사업은 무너지지 않았다”

기술을 빼앗겼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그는 너무 늦었음을 깨달았다. 함께 개발하자며 도면을 요청한 상대는, 이후 연락을 끊었고 몇 달 뒤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다. 계약서에는 권리 귀속 조항이 없었고, 그가 증거라고 주장한 파일은 상대 기업의 서버에 있었다. 법원은 입증 부족을 이유로






산업전시회 일정


미리가보는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