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리튬, 코발트, 니켈 등 2차 전지 핵심 광물 확보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이 공개되며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배터리 산업 및 핵심소재 공급망의 쟁점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5일 상암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진행된 ‘2023년 K-배터리 산업전망 컨퍼런스’에 장정훈 삼성증권 이사,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본부장 등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인사이트를 전했다.
EV 배터리 수요량, 2030년까지 5배 이상 성장
장정훈 삼성증권 이사는 “EV 배터리 수요량이 배터리 용량 기준 2023년 642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3천332기가와트시까지 5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배터리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순수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고, 기술의 발전으로 탑재되는 배터리 용량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해 배터리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60킬로와트시(kWh) 용량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2010년에는 6만 달러가 필요했다. 하지만 2020년엔 8천100달러면 된다. 10년 동안 87% 저렴해진 것이다.
장정훈 이사는 “배터리 가격은 총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제조비용이 일정 비율로 하락하는 ‘라이트의 법칙(Wright's Law)’을 따르고 있다”면서, “2030년에는 배터리 팩 판매가가 킬로와트시당 87달러로 42%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요 감당할 매장량 충분하지만 생산량은 부족
리튬은 높은 반응성과 전기 전도성을 지니면서도 가볍고 무르기 때문에 배터리 형태에 무관하게 핵심 원료로 사용된다. 때문에 공급망 구축에서 리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리튬의 총 합계인 ‘부존량’은 5억2천만 톤(t) 정도다. 매년 판매되는 신차가 100% 전기차라고 가정했을 때, 약 153년 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부존량은 탐사가 진행되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의 조사 결과에 비해 지난해의 수치는 약 10% 증가했다.
현실적으로 채굴 가능한 양인 ‘매장량’은 부존량의 27% 정도인 1억3천8백만 톤으로 약 41년 간 사용할 수 있다. 매장량도 채굴기술의 발전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 결과는 2021년 대비 약 18% 증가했다.
하지만 리튬의 실제 연간 생산량은 70만 톤으로 매장량 대비 0.5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원천(Source)은 다양하지만, 추출 기술과 경제성의 한계로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방식으로만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돈 있어도 못사는 핵심광물, 기술혁신으로 확보해야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본부장
조성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본부장은 배터리 핵심광물 추출 기술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한 번도 주력 광물이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이 신에너지 전환 기조로 설정되면서 배터리 핵심광물이 갑자기 주역으로 떠올랐고, 이전에는 이를 추출하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재 리튬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염수, 광석 추출 방식은 다른 광물을 추출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었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리튬이었다.
조성준 본부장은 “핵심 광물의 매장량은 많아도 추출 기술이 없어 대부분이 허수에 불과하다”며, “돈 주고 살 수도 없는데 살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추출할 기술도 없는데 가능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술 기반으로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캐나다의 스탠다드 리튬(Standard Lithium Ltd)은 특정 지층 유전 내의 염수로부터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상용화 단계도 아니지만 1조 캐나다달러(CAD)의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호주의 퀸즐랜드 퍼시픽 메탈(QPM)또한 현재 개발 중인 니켈 직접 추출(Direct Nickel Process)기술로 2천억 호주달러(AUD)의 시가총액을 달성하고,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 제너럴일렉트릭 등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를 받았다.
조 본부장은 “공급망 핵심기술 하나로 스타트업의 시가 총액이 1조 캐나다 달러에 이를 수 있었다”면서, “한국도 적극적 기술 투자를 통해 해외자원개발의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단기적으로 수요기업이 즉시 필요로 하는 ‘원자재 생산 및 가공기술’, 중단기적으로 기존 상용화 기술을 고도화해 역량을 강화하는 ‘공급망 핵심기술’, 장기적으로 미래 신규 공급망 구축 및 미활용 자원 확보를 위한 ‘한계돌파기술’을 확보하는 연구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준 본부장은 “많은 투자로 기술이 생기면 핵심광물의 매장량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기술혁신을 통해 원료광물을 확보한다는 기조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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