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즈니스 세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월마트,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기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회사들이 스스로 ‘테크 기업’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도미노피자의 CEO도 2016년 “우리는 피자 회사인 동시에 기술 회사”라고 언급한 바 있다.
‘테크 기업’은 무엇이고, 왜 많은 기업이 테크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까. 앤드루 맥아피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는 EBS 다큐멘터리 ‘위대한 수업’ 시리즈의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까?’ 편에서 이에 대한 해답과 경영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많은 기업이 컴퓨터, 데이터센터, 서버,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용량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점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며 ‘디지털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테크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기업의 경영진은 테크 기업이 다르게 운영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테크 기업을 ‘괴짜 회사’라고 부른다. 너무 학구적이거나 멋지지 않은 사람을 영어로 흔히 ‘괴짜(GEEK)’라고 표현하지만, 최근에는 칭찬의 의미로도 사용한다.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문제를 깊게 탐구하고 혁신적인 답을 내놓는 회사가 ‘괴짜 회사’”라며, “기술의 발전과 변화 앞에서 회사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이들이 경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다른 방식’은 무엇일까. 미 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의 과학자였던 윌 마셜의 사례로 이를 설명했다. 로켓과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는 한 번의 실수가 커다란 비용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나사의 과학자들은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신중히 시스템을 설계하며, 발사 전 두세 번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윌 마셜은 계획, 확인, 분석에 너무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상황에 의문을 품었다. 불필요한 확인과정이 너무 많아 ‘실험’이 부족했고, 비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했다. 윌과 동료들은 지구 궤도 위성의 테스트 시설을 단 수십 만 달러로 건설했다. 완벽하게 설계된 건 아니었지만, 잘 작동했다.
앤드루 맥아피 교수는 “계획도 중요하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돈이 덜 드는 방법을 시도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 마셜은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통신 위성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는 실험을 구상했고, 실제로 스마트폰을 우주로 보내 지구의 사진을 전송했다. 5억 달러의 위성 제작비를 500달러로 줄인 것이다.
나사를 떠나 ‘플래닛 랩스’를 설립한 윌 마셜은 스마트폰 위성으로 매일 지구의 모든 표면을 촬영해 전송하고 있다. 5~6년에 한 번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대신, 3개월에 한 번 작고 저렴한 인공위성을 발사해 우주 촬영 비용을 1천분의 1로 줄였다.
중요한 것은 마셜의 창의성이 아니다. ‘플래닛 랩스’는 위성을 발사하는 3개월마다 새로운 카메라, 무선통신 장치, 소프트웨어를 실험하고 있다. 제품을 향상시키고 새롭게 배우는 주기가 5~6년에서 3개월로 단축된 것이다.
맥아피 교수는 “테크 기업은 빠르게 움직이고, 학습하고, 사실에 근거해 결정하며, 새로운 실험을 통해 최대한 빨리 피드백을 받는다”면서, “기업의 근본적인 경영 철학이 이러한 ‘괴짜’들의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탄소중립은 새로운 가치로 떠올랐다. AI 등의 신기술도 신속히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빠른 움직임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괴짜’의 경영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맥아피 교수는 “지금까지는 소수 기업만이 변화를 따라갈 수 있었지만, 앞으로 모든 회사가 ‘테크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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