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시정 명령과 과징금 처분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즉각 반박하며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한국판 ‘디지털시장법(DMA)’을 표방한 ‘온라인플랫폼 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한국판 <디지털시장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소상공인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각종 수수료와 광고료 등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며, “현행법으로는 시장 영역 구분이 불분명하고 크기가 광대한 플랫폼시장의 독과점 피해를 막을 수 없어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유럽보다 강한 한국판 ‘디지털시장법(DMA)'
법안의 규제 대상은 ‘핵심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다. ▲연평균 매출액 3조 원 이상 ▲평균시가총액 30조 원 ▲이용자수 월평균 1천만 명 이상 ▲계약 체결 사업자 수 월평균 5만 개 이상 중 하나만 속해도 적용대상으로 규정한다. 여러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보다 더 강력한 셈이다.
핵심플랫폼 서비스 사업자는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며, 공정위는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로 지정한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는 핵심플랫폼 서비스 목록과 온라인 중개서비스 목록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로 작성·관리해야 한다.
구체적 행위를 규제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핵심플랫폼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자신이 수집한 개인정보와 결합하는 행위,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가 다른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거래 조건에 간섭하는 행위, 이용사업자와 소비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침해하는 행위, 자사 상품을 우대하거나 타사 상품을 차별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플랫폼 규제, 무분별하게 선진국 따라간다는 우려도
국내 시장 상황과의 면밀한 비교·분석 없이 유럽연합 등 선진국의 규제를 따라가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설민 공정거래위원회 과장은 지난 9일 진행된 ‘플랫폼 독과점 완화를 위한 현실적 입법 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에서 “EU, 미국, 독일의 경우 특정 플랫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은 토종 플랫폼끼리 유효한 경쟁을 하는 시장”이라며, “한국 플랫폼 시장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해 5월 ‘한국에서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현황과 쟁점’ 논문을 통해 해외의 입법 동향을 추종해 무분별하게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비판하고, 우리의 현실에 맞는 규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논문은 유럽의 규제 법안이 유럽 내 유력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드문 상황에서 도입됐으며, 구조적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토종 온라인 플랫폼의 세계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국내 시장에서도 성공적인 모델들이 등장하는 상황인 만큼. 규제와 육성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빠른 움직임으로 소비자·소상공인·자영업자 권익 보호해야
이동주 의원은 “플랫폼시장이 급속히 성장할수록 독과점의 폐단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플랫폼이 중개서비스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성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판매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이러한 이해충돌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과도한 수수료 부과, 알고리즘 조작을 통한 자사 상품 우대와 입점 상품 차별 등 시장지배 남용행위가 만연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14일,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앱'의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히 조작해 가맹택시를 우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25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피해가 드러난 사건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과징금 부과 결정은 다행스럽지만, 공정위의 제재가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문제를 제기한지 2년이 지난 지금, 카카오의 플랫폼이 아니면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독점 상황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과도한 호출료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법인택시의 과반 이상이 떠났고, 가맹운전자와 비가맹운전자 간 갈등도 심해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며, “조속한 입법으로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룰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더 많은 소통으로 균형점 찾아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은 15개다. 실효성 없는 입법 남발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기 위해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육성 저해 및 소비자·소상공인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의 특성에 맞춘 규제 합의점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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