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해도 전기요금의 단계적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에너지요금 증가로 기업들의 신음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일각에선 전기요금에서 일정 비중을 거둬들이고 있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23년 1분기 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2022년 전체 인상분인 19.3원의 67%에 달한다.
문제는 전기요금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쌓여만 가는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영업적자 등이 전기요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 적자가 30조 원이 돌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요금 정상화를 위한 정부 의지는 강하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9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산업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에너지 요금은 시장원리에 기반해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스요금을 비롯해 전기 요금의 올해 인상에 관한 정부 기조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 오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사진=국회방송)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기업들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안 그래도 어려운데, 공과금마저 오르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4일부터 27일까지 제조 중소기업 30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에너지 비용 부담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부담된다고 응답한 기업은 94.9%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50.2%)의 기업은 '매우 부담된다'고 호소했다.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지원 정책(복수 응답)으로는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및 요금 개선(82.5%)이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전기요금 개선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부분으로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인하(55.7%)가 가장 많이 꼽혔다.
중기중앙회는 전기료 인상에 관한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신설과 함께 전력기반기금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효율 기기로의 교체 지원과 같은 중장기 체질 개선 대책과 분할 납부 도입 등 납입 부담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 강형덕 제조혁신실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에 관해 "6·11월의 경우 봄·가을 요금제로 변경해주고, 토요일 근무가 잦은 중소기업의 경우 토요일에 한해서는 중부하 요금보다는 경부하 요금을 적용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전에서는 계절별 요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데, 6월과 11월을 각각 여름과 겨울 요금으로 책정하고 있다. 여름(6~8), 겨울(11~2) 요금은 봄·가을철(3~5,9~10월)보다 상대적으로 kwh당 요금이 높다. 강형덕 제조혁신실장은 "6월과 11월은 각각 봄과 가을의 전력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계절별 차등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쌓일 대로 쌓인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기조에서, 요금 인하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강 실장은 "한전 적자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고물가 상황으로 요금을 줄여주는 게 어려울 거라 생각은 든다"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선 크게 와닿진 않겠지만, 전기요금과 무관한 전력기금을 개선해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치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영주(더불어민주당, 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과 기준을 현행 3.7%에서 2%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금 규모가 과하다고 지적한 김 의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의 부담금 인하를 통해 서민과 기업의 물가 부담을 완화하는 등 정부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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