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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Culture] 빅데이터 사회,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선(善) ‘조작된 도시’

영화적 상상에서 멈추지 않을 현실 속 빅데이터의 악용 가능성

‘눈을 뜨니 앞이 흐릿하고 어지럽다. 두 손을 묶은 은색 수갑이 보인다. 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경찰이 내게 살인자라고 한다. 한 여자를 죽였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의 휴대폰을 주워서 돌려주고, 조금 많은 사례금을 받았을 뿐인데. 내가 살인자라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모든 증거들이 나를 살인자라고 가리킨다. 눈을 뜨니 살인자라니, 이건 무엇인가 잘못됐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뜨니 살인범이 돼 있었다. 한 순간의 기억도 하지 못한 채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뒤, 어렵사리 알게 된 ‘진실’은 모든 것이 내가 범인으로 몰리도록 조작됐다는 사실이었다.

일상 속 CCTV와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 등을 통해 이뤄진 정보의 조작은 순식간에 ‘진실’로 둔갑하며 평범했던 백수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산업+Culture] 빅데이터 사회,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선(善) ‘조작된 도시’ - 산업종합저널 동향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조작된 도시’(2017, 배종 감독)는 빅데이터의 악용 가능성을 영화적 상상력에서 멈추지 않고 화려한 액션을 더해 비교적 가능성 높은 현실 상황처럼 구성한 이야기다.

게임 속에서는 뛰어난 리더이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PC방 죽돌이로 지내는 백수 권유(지창욱)는 PC방에서 한 휴대폰을 줍는다. 휴대폰의 주인이라는 낯선 여자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폰을 가져오면 사례금을 주겠다는 말에 혹한 권유는 폰을 찾아준 뒤 기억을 잃은 채 잠에서 깨어나고, 전화한 여자를 잔인하게 살인한 살인범으로 낙인찍힌다.

영문도 모른 채 재판을 받고, 범죄자로 교도소에 끌려가 갖은 고통에 시달리던 권유는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탈옥을 한다. 세상에 홀로 남은 듯한 권유를 돕는 건 게임 길드원이었던 털보(여울/심은경), 데몰리션(안재홍), 용도사(김민교), 여백의 미(김기천), 은폐(김슬기), 엄폐(심원철)였다.

[산업+Culture] 빅데이터 사회,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선(善) ‘조작된 도시’ - 산업종합저널 동향
사진=네이버 영화

털보의 뛰어난 해킹 실력을 중심으로 길드원들의 장기를 살려 사건의 역추적에 들어간 이들은 권유를 범죄자로 만든 이가 그의 변호를 맡았던 국선변호사 민천상(오정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민천상은 정치, 경제계 거물들의 사주를 받아 이들이 저지른 살인을 평범한 이들이 대신 뒤집어쓰도록 사건 현장과 증거를 조작하는 이였던 것. 그는 CCTV와 SNS 등을 통해 모은 빅데이터 속에서 적절하다 판단되는 인물을 설정하고, 그들이 범인으로 지목되도록 살인 현장을 재구성한다.

민천상과 그 하수인들이 만든 조작된 현장에서 눈을 뜬 권유와 같은 이들은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영락없이 범죄자가 된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 온통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조작된 정보들은 그렇게 무고한 이들에게 범죄자의 수갑을 채웠다.

영화의 결말은 다행히도 권선징악이 실현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오락성이 강한 영화지만, 그저 상상이라고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현실에 대입했을 때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산업+Culture] 빅데이터 사회,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선(善) ‘조작된 도시’ - 산업종합저널 동향
사진=네이버 영화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고,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한다. 길거리나 건물, 자동차에 설치된 CCTV는 24시간 우리의 일상을 녹화하지만, 이런 모습은 이제 당연시 여겨질 정도다.

일상 속 별 거 아닌 듯 느껴지는 정보(데이터, Data)들이 형성한 빅데이터(Big Data)는 양적, 질적으로 환산되고, 산업의 원자재이자 금전적 거래 상품으로 활용 가능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빅데이터의 등장은 새로운 서비스와 비즈니스로 인간의 편리가 증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개인 사생활을 비롯해 정보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가져왔다.

빅데이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나쁘게 악용하는 이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영화 속 민천상과 같이 나쁜 의도로 빅데이터에 접근해 정보를 조작한다면,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은 권유 길드가 한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산업+Culture] 빅데이터 사회, 더 중요해지는 인간의 선(善) ‘조작된 도시’ - 산업종합저널 동향
사진=네이버 영화

우리는 이미 민천상과 같은 빅브라더(Big brother,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또는 감시자)에게 붙잡혀서 생활하고 있다. 자유롭지만 결코 온전한 자유라고 부를 수 없는 시대에서 영화와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기대야 할 것은 인간의 선(善)한 마음과 윤리적인 행동이다.

더 발전한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일수록, 윤리와 도덕적 인성의 함양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우는 ‘조작된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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