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의 현실적 대안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이하 CCU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CCUS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른 에너지원으로 재활용 하거나 저장을 통해 외부 유출을 막는 기술을 일컫는다.
CCUS는 설비 도입만으로도 배출된 탄소를 포집할 수 있어, 기존 산업의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탄소 저감을 실현할 수 있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업종의 온실가스 감축에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10대 핵심기술에 CCUS를 포함하고, 기술개발 및 실증 사업 등에 950억원을 투입을 밝힌 바 있지만, 상용화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 기자는 지난 10일 열린 ENVEX에 참가한 탄소포집 기술 업체를 만나 포집기 산업 동향과 실용화 애로사항에 관해 들어봤다.
탄소 대량 포집에 능한 습식방식…탄소 활용 수요처 부족으로 도입 난항
탄소포집에는 크게 3가지 기술이 있다. 액상 흡수제를 활용한 습식 방식, 탄소를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기체분리막 방식, 고체 입자를 활용하는 건식 방식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파나시아(PANASIA)의 이창민 과장은 습식 포집기에 관해 “대용량의 탑을 설비 주변에 세우고, 흡착제를 분사해 기체 중의 이산화탄소를 분리 및 포집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다.
대형 타워 설치로 발전소나 제철소, 시멘트 생산시설 등 단일설비에서 배출하는 대용량의 탄소 포집에 효율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습식 방식은 천연가스 업계에서 가스 순도를 높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활용되어 온 기술이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무방한 기술이지만, 실제 상용화는 더딘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에 대해 이 과장은 “현재 국내에는 탄소를 포집해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CCUS로 포집한 탄소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광물탄산화, 바이오연료, 액화탄산 등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거나 지하, 해양 등 지하 깊숙한 곳에 묻어 처리한다.
이 과장은 “미국같은 경우 코카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제조업이나 파프리카 농장 등에서 액화탄산 수요가 많은 반면,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고, 저장시설마저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국내에선 탄소를 활용한 에너지원의 수요가 거의 없고, 저장시설 또한 마땅히 없어 포집한 탄소 처리에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늦어도 2030년이면 일반 제조 기업까지 CCSU에 관한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정부 차원에서 시설 투자비 지원이나 탄소 포집 활동을 하는 기업에 관한 혜택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설비 설치공간 줄인 기체분리막…실증화 사례 늘려야 한다
습식 방식이 일반에 널리 알려진 기술인 반면,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로 기체분리막 방식이 있다.
이 기술은 각 기체마다 분리막 투과 속도가 다른 점을 활용해 배가스에 포함된 수분, 질소 등 여러 성분 중에서 이산화탄소과 같은 필요한 물질만 뽑아내 포집하는 기술이다.
기체분리막 전문 기업 에어레인(AIRRANE)의 김수휘 상무는 이를 헬륨가스 풍선에 빗대며 “고무풍선의 막이 시간 경과에 따라 헬륨만 선택적으로 투과해, 결국 풍선 내부 헬륨 비중이 산소보다 가벼워지면서 풍선이 바닥에 가라앉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설명했다.
기체분리막은 설비 규모가 작고, 모듈만 더하면 추가 확장이 가능해 공간 절약이 가능하고, 고농도의 탄소 분리에 유리하다. 다만, 국내 상용화를 위해선 대규모 실증사례가 필요하다는 게 김 상무의 주장이다.
그는 “기체분리막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기술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실증 데이터가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했다.
에어레인은 최근 화학제조 대기업과 협업해 대규모 실증을 추진 중이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해선 다양한 레퍼런스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상무는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CCUS는 온실가스감축 과정에 활용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다”라며 “정부나 민간에서 더욱 기회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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