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알아서 움직이는 세상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속 이야기가 아니다. 제조업의 현장에서 자동화는 이미 상식이 됐다. 그러나 ‘기계가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문제는 그 움직임이 얼마나 유기적이며, 얼마나 완결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느냐에 있다.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은 생산 라인의 극히 일부만 기계로 대체해 놓고 ‘스마트 팩토리’라는 명패를 내건다. 앞뒤 공정이 끊겨 있고, 사람의 손이 다시 개입해야 하는 ‘반쪽짜리 자동화’는 진정한 의미의 효율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 단절된 흐름을 하나로 잇고, 공장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바꾸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공장 자동화 설비 전문 기업 ㈜씨이케이(CEK)다. 회사의 핵심 전략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씨이케이 김진영 이사를 만나 그들이 그리는 ‘제조업의 미래’를 들어봤다.
현장 ‘실무 통’, 반쪽짜리 자동화에 메스
김진영 이사는 책상보다 현장이 편한 사람이다. 자동화 설계부터 영업, 제품 상용화, 그리고 해외 파트너와의 실무 협상까지, 그는 씨이케이의 성장을 최전선에서 이끌어온 ‘현장형 리더’다. 2007년 창립 이래 씨이케이가 단기간에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현장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내는 그의 예리한 감각이 있었다.
“과거의 자동화란 기계 하나를 빨리 돌리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기계 하나가 빨라진다고 공장 전체 효율이 오르진 않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공장 전체가 유기적으로 호흡해야 하고, 그 혈관에는 반드시 ‘물류’가 결합돼야 합니다.”
김 이사는 “자동화의 완성은 결국 물류”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컨베이어를 놓는 차원이 아니다. 원자재가 입고되는 창고에서 조립 라인으로, 다시 완제품이 돼 출하장으로 이어지는 모든 흐름이 끊김 없이 이어져야 진짜 혁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부분적인 기계 납품이 아니라, 공장의 흐름을 설계하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표준화’ 틈새 파고든 ‘맞춤형 전략’
씨이케이가 시장에 처음 진입했을 때, 자동화 설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었다. 기술은 상향 평준화됐고, 납기 경쟁은 치열했으며, 단가 싸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성능이 좋아도 비싸면 안 팔린다’는 냉혹한 현실 앞에서, 김 이사는 ‘유연함’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씨이케이는 제품의 기본 성능을 표준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되, 고객의 특수한 상황에 맞춘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설계를 더했다. 이송 물체의 특성이나 공장 구조에 따라 유연하게 변형 가능한 설계를 제공하자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현장의 고객은 냉정합니다. 가격, 성능, 납기, 그리고 A/S까지. 이 네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선택받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 4박자를 모두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활을 걸었습니다.”
승부수, 中 ‘모듈러’ 협업…기술·가격 ‘하이브리드’
국내 시장 안착에 만족하지 않고, 김진영 이사는 202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확장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중국 최대 컨베이어 제조사 ‘모듈러(Modular)’와의 전략적 제휴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시장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 이사가 꺼내 든 카드는 ‘하이브리드’였다. 모듈러는 17년 이상 중국 완성차 및 부품사에 제품을 공급하며 압도적인 생산량과 검증된 성능을 보유한 기업이다. 씨이케이는 이들의 한국 공식 파트너로서, 모듈러의 가격 경쟁력에 씨이케이의 기술력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였다.
단순한 수입 유통이 아니다. 예산이 부족한 기업에게는 모듈러의 합리적인 가격을, 고난도 공정이 필요한 기업에게는 씨이케이의 정밀 기술을 입혀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김 이사는 “낮은 진입 장벽과 높은 기술 만족도라는, 모순돼 보이는 두 가치를 동시에 잡은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AMR로 완성하는 물류
“공장 안의 설비만 자동화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원자재 창고부터 최종 포장까지, 전체 흐름을 하나로 봅니다.”
이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김 이사가 주력하는 분야는 ‘AMR(자율이동로봇)’이다. 씨이케이는 국내 유수의 AMR 기술 기업들과 손잡고, 컨베이어와 로봇이 결합된 차세대 물류 시스템을 상용화했다. 로봇이 소재를 찾아오고, 설비가 가공하며, 다시 로봇이 적재하는 ‘무인화 공장’은 이제 현실이 됐다.
기술적 도전도 멈추지 않는다. 초고중량물을 견디는 컨베이어, 분당 60m 이상을 주파하는 초고속 이송 시스템 등 경쟁사들이 기피하는 고난도 영역에 씨이케이는 깃발을 꽂았다. “남들이 다 하는 건 안 한다”는 회사의 철학을 김 이사는 현장에서 철저히 구현해냈다.
“20년 걸릴 일 5년 만에”…씨이케이의 ‘속도전’
바닥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 만든 기술력은 시장의 반응으로 나타났다. 씨이케이는 새해 초부터 30억 원 규모와 20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단독 영업을 진행하며 수주 청신호를 켰다.
김진영 이사는 “고객사로부터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누군가는 20년 걸려 쌓아 올릴 업적을 우리는 5년 만에 해내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술영업본부 신설, 고객 맞춤형 설계, 글로벌 파트너십 등 그가 주도한 혁신들이 대형 수주 임박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전개하고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다(High-Speed & Best Performance)’. 이 슬로건은 씨이케이의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김진영 이사가 현장에서 매일 증명해 보이는 생존 방식이 됐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말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우리가 먼저 하는 것. 그게 씨이케이가 현장에서 답을 찾는 방식입니다.”
제조업의 위기 속에서도 씨이케이가 보여주는 가파른 성장세는, 결국 현장에 답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김진영 이사의 ‘현장 경영’이 만들어낼 다음 혁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지운 기자
jwkim@industryjourn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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