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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톺아보기] 17.3%의 현실, 65세의 이상... 정년 연장이 품은 '불편한 진실'

"정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노동의 지속가능성 묻는 사회적 합의여야"

"조금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는 마음과 "이제는 기회를 열어달라"는 무언의 요구가 교차한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세미나’의 공기는 차분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우리 사회가 마주한 가장 난해한 숙제가 흐르고 있었다. 겉으로는 ‘정년 65세 연장’이라는 정책을 논하는 자리였지만, 실상은 좁아지는 노동시장의 문을 어떻게 넓힐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장이었다.

[산업톺아보기] 17.3%의 현실, 65세의 이상... 정년 연장이 품은 '불편한 진실' - 산업종합저널 정책

우리는 흔히 정년 연장을 100세 시대의 당연한 귀결이자 복지의 문제로 접근한다. 건강하고 숙련된 60대가 단지 나이 때문에 일터에서 물러나는 것은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적 손실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데이터는 이러한 당위론 뒤에 숨겨진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17.3%.”

이날 이지만 연세대 교수가 제시한 이 숫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법적 정년인 60세까지 실제로 직장에 남아있는 근로자의 비율이다.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은 법이 정한 정년이 오기도 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터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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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계는 '65세 법제화'가 자칫 현실과 괴리된 이상론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대다수 근로자가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노동 환경에서,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고용 안정성이 높은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재직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도치 않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역설이 될 수 있다.

세대 간의 셈법도 복잡하다. 통계에 따르면 정년 연장으로 얻는 기대 소득은 높지만, 그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과 청년 채용 여력 감소라는 기회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정년 연장이 ‘기득권 지키기’로 오해받지 않으려면,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 유연성 확보라는 구조적 개혁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기계적인 나이 잣대로 숙련된 노동력을 밀어내는 관행 역시 재고돼야 한다. 권혁 고려대 교수의 진단처럼,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물리적 나이는 더 이상 노동 능력을 가늠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경험과 통찰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고령 인력이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정년을 몇 년 더 늘리느냐는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나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세미나장을 나서며 드는 생각은 분명하다. 정년 연장은 누군가의 자리를 뺏고 지키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노동의 종착점을 늦추는 일이 아니라, 일하는 생애 주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17.3%만이 누리는 제도가 아닌,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모든 세대가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고용의 틀. 그 사회적 합의가 전제될 때 비로소 정년 연장은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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