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친환경 모빌리티를 무기로 폭발적인 외형 확장을 이뤄내는 동안,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사실상 제자리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웃 국가인 중국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두 국가 간 매출 팽창 속도는 6배 이상 벌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포브스 글로벌 2000 통계를 재가공한 ‘K-성장 시리즈 1편’ 보고서를 통해 각국 대표 기업들의 지난 10년 생존과 도약 성적표를 공개했다.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국가별 기업 합산 매출 증가율에서 한국은 15%(1조 5,000억 달러에서 1조 7,000억 달러)에 그치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은 4조 달러에서 7조 8,000억 달러로 무려 95% 뛰어올랐고, 미국 역시 11조 9,000억 달러에서 19조 5,000억 달러로 63% 팽창했다.
양적 지표뿐 아니라 생태계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진입 기업 숫자에서도 한계가 뚜렷했다. 2015년 기준 180곳이었던 중국 국적 기업은 최근 275곳으로 급증했으며, 미국도 575곳에서 612곳으로 세력을 불렸다. 하지만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66곳에서 62곳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신흥 강자 실종된 韓… 美·中은 혁신 기술로 무장
성장을 견인한 주력 업종의 면면을 살펴보면 질적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대한상공회의소 측은 미국과 중국이 첨단 산업 위주로 판을 엎은 반면, 한국은 철저히 내수 금융업에 편중된 양상을 보였다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엔비디아(2,787%)와 마이크로소프트(281%) 등 AI 빅테크를 필두로 테슬라, 우버, 에어비앤비 등 혁신 플랫폼이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안착했다. 중국도 알리바바(1,188%), BYD(1,098%)를 비롯해 디디글로벌, 샤오미 등 IT와 전기차 기반 신흥 강호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반면 한국은 SK하이닉스(215%)를 제외하면 KB금융(162%), 하나금융(106%) 등 기존 금융권이 매출 상승을 방어하는 데 그쳤다. 새롭게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합류한 기업 명단 역시 카카오뱅크와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금융사에 집중되며 제조업 기반의 파괴적 혁신 기업은 자취를 감췄다.
규모의 저주 풀고 ‘산업 맞춤형’ 지원 시급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량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이른바 성장 페널티를 꼽았다. 몸집이 커져 중소기업에서 중견, 대기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겹겹이 쌓이는 규제 탓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성장을 포기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규모를 잣대로 삼는 획일적인 규제 방식을 산업 특성에 맞춘 산업별 규제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소한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첨단 기술 분야만큼은 낡은 규제 빗장을 완전히 풀어야 기업 생태계가 살아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혁신본부장은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방면의 업종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할 신생 기업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라고 짚으며 “정부의 정책 틀 자체를 기업의 도약을 돕는 성장 촉진형으로 전면 전환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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