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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8톤 설비의 ‘인증 유람’과 산단 내 ‘금지된 세탁소’… 제조 강국 발목 잡는 낡은 족쇄

대한상의, 현장 뒤흔드는 ‘황당 규제’ 55건 건의… AI 전환보다 시급한 ‘행정 유연성’

[심층기획] 8톤 설비의 ‘인증 유람’과 산단 내 ‘금지된 세탁소’… 제조 강국 발목 잡는 낡은 족쇄 - 산업종합저널 전자
<콘텐츠 연출 = 본지 (생성형 AI 기반)>

인공지능(AI)과 자율 제조가 산업의 미래를 장악하고 있지만, 정작 대한민국 제조 현장의 시계는 20세기 경직된 법령의 톱니바퀴에 갇혀 있다. 8톤짜리 초대형 변압기가 인증 도장을 받기 위해 수백 km 도로 위를 위태롭게 유람하고, 공정과 밀접한 세탁 시설이 ‘서비스업’이라는 문구 하나에 막혀 산단 진입조차 못 하는 것이 2026년의 현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 현장의 생산성과 투자 효율을 갉아먹는 비현실적 규제 사례 55건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 최후통첩에 가까운 개선안을 던진 이유다.

업종 분류의 함정… 염색 산단에 못 들어가는 세탁기
대한상의가 제시한 ‘새로운 성장 시리즈’의 일곱 번째 건의는 제조 현장의 혈맥을 막고 있는 경직된 행정 운용을 정조준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산업단지 내 업종 제한이다. 현행 규정상 염색산단 내 세탁공장 입주는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세탁물 공급업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입주 자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세탁업이 실제로는 염색 공정과 뗄 수 없는 연관 산업임을 강조하며, 업종 분류의 문구에 매몰된 규제가 산단의 공실 문제와 기업의 부지 난을 동시에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업종 간 경계를 허무는 유연한 해석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8톤의 위험한 이동과 ‘종이 위’의 탄소중립
안전과 효율을 무시한 인증 절차 역시 도마에 올랐다. 한 변압기 제조사는 에너지 기관의 인증을 얻기 위해 8톤에 달하는 설비를 안산 등 외부 시험기관으로 매번 운송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거대 설비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위험과 막대한 물류비, 납기 지연은 고스란히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상의는 기업이 자체 시험 설비를 갖춘 경우 공인기관의 현장 입회 시험만으로도 충분히 검증이 가능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탄소중립을 향한 기업의 발걸음도 행정 편의주의에 가로막혀 있다. 단기간 성능 검증을 위한 R&D 목적의 임시 설비를 설치하려 해도, 현행법은 실제 가동되는 상용 설비와 동일한 수준의 환경 인허가를 요구한다. 배출량 예측 자료부터 연간 유지관리 계획서까지, 조만간 해체될 설비에 정식 허가 절차를 적용하는 것은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행정 낭비라는 비판이다. 연구 목적의 테스트 설비에 대해서는 별도의 예외 규정이나 간소화된 절차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어린이집 가로막는 ‘경계선’과 불일치하는 소방 기준
현장의 상식을 벗어난 이격 거리 규제는 기업의 복지 인프라 확충마저 가로막고 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시 공장 경계선으로부터 50m를 떨어져야 한다는 규정이 대표적이다. 실제 위험 시설과는 100m 이상 충분히 떨어져 있음에도, 단지 공장 부지의 전체 경계선을 기준으로 삼는 탓에 부지가 좁은 중소기업은 어린이집 설치를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한상의는 기준점을 공장 경계가 아닌 실제 위험 시설의 외벽으로 조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시공 현장의 혼선을 부추기는 소방 안전 설비 기준의 불일치도 개선 과제로 꼽혔다. 연결송수관과 수동조작함의 설치 높이 규정이 서로 상충하여, 일체형 설비를 시공할 때 어느 한쪽의 위반을 피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감리 지적과 민원의 단골 소재가 되어 현장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대한상의는 제조 AI 도입만큼이나 규제 환경의 유연한 혁신이 한국 산업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장의 비명이 담긴 55건의 과제는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제조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가 즉각적으로 벼려야 할 날카로운 정책의 칼날이어야 한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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